필리핀 영어 단기유학, 전문화·체계화로 경쟁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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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필리핀 캠프나 유학은 미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측면이 주로 부각됐었다. 경비 때문에 차선책으로 필리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필리핀 유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문화되고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다. 필리핀 유학, 최근 변화와 특징을 정리했다.

캠프·유학 시장 규모 꾸준히 커져, 일본·대만·중국 학생 발길도 늘어

 캠프와 중·장기 관리형 유학 등 필리핀 조기유학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필리핀 유학 전문가 하태욱(44)씨는 “필리핀 이민국 관계자에 따르면, 성인까지 포함해 지난 해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온 한국 학생은 4만여 명”이라며 “올해는 5만여 명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 학생들의 발길이 주춤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동안 영어교육에 둔감했던 일본학생들도 필리핀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필리핀 현지 세부 SME 어학원 임영식(41) 원장은 “최근엔 일본·대만·중국 학생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며 “조기유학도 한국 외에 다른 나라 유학원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필리핀이 동아시아 지역에선 영어유학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소리다. 이런 변화에 대해 필리핀 유학 전문가들은 “단지 저렴한 비용만이 필리핀 유학의 경쟁력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필리핀 현지 어학원의 90%는 한국인이 설립·운영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필리핀 유학의 주 고객도 한국 학생이다. 자연스레 교육열이 높은 한국 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영어 교육 과정들이 도입됐다. 1:1 원어민 집중지도와 기숙형 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홈스테이·하숙 형태가 많은 미국·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선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유학닷컴 국제사업부 홍지윤(38·여) 실장은 “이런 필리핀 캠프·유학 시장 특징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미국·영국·캐나다 등에 뒤지지 않는 독자적인 유학지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입시제도 변화, 학부모 요구 반영해 형태도 다양해져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 교육업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주 고객인 한국 학부모·학생의 눈길을 끌기 위한 독특한 교육과정도 늘었다. 국내 입시제도 변화에 맞춘 특목중·특목고 입시 대비반 개설이 대표적이다. 클래스온은 제주국제학교 대비반을 필리핀 캠프 프로그램 안에 포함시켰다. 유학닷컴의 필리핀 세부 스파르타 영어캠프에서는 특목중·특목고 입시를 위한 프리미엄 토플 학습반을 운영한다. 유학닷컴은 필리핀 현지 고아원 봉사활동 등 인성강화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아발론교육 해외사업팀 주선화(38·여)차장은 “영어학습뿐 아니라 영어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한다”며 “이런 활동으로 에세이 작성에 필요한 여러 소재들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발론 phil’s 캠프에선 봉사활동과 필리핀 명사 초청강연 등 필리핀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가족 단위 캠프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유학허브 한유리(38·여) 차장은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문의가 많다”며 “필리핀에서만 일반화된 독특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거리가 가깝고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족캠프에 오면 부모들은 따로 성인영어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자녀들은 주니어 과정을 듣는다. 한 어머니가 주변 지인의 자녀 3~4명을 함께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이정미(41·여·서울 도곡동)씨는 “현지 적응을 도울 수 있고 부모도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고 효과를 말했다.

 필리핀 단기캠프와 호주 관리형 유학에 이어 호주 2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해외대학 진학코스도 최근 경향 중 하나다. 필리핀과 호주 모두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꾸준하게 영어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임 원장은 “필리핀을 시작으로 해외대학진학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있다”며 “호주 현지 유학원과 2년제 전문대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에서 자기주도학습이 관심을 모으면서 학습습관을 잡아주는 필리핀 영어캠프도 등장했다. 중앙일보미디어플러스가 진행할 예정인 ‘멘토와 함께하는 영어의신’ 캠프다. 원어민은 1:1 영어지도를 담당하고, 고려대·경희대·성균관대 등 명문대 재학생이 필리핀에서 함께 상주하며 자기주도학습 방법을 지도한다.

[사진설명] 필리핀 단기캠프에선 1:1, 1:4 수업이 주로 이뤄진다. 사진은 필리핀 현지 캠프에서 학생들이 소규모그룹토의를 하고 있는 모습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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