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스로를 고립시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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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내년부터 일본의 모든 중학생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내용이 기술된 지리 및 공민(한국의 일반사회 과목에 해당) 교과서로 공부하게 됐다. 일 문부과학성은 30일 교과 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한 중학교 지리 4종, 공민 7종, 그리고 역사 1종 등 12종의 교과서를 통과시켰다. 지난해에는 사회 과목(지리·공민·역사) 교과서 23종 중 10종(43%)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으나 이번에는 검정을 통과한 18종 가운데 12종(66%)이 영유권 주장을 담아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지리와 공민은 모든 교과서가 이를 담았다. <관계기사 2, 3, 21면>

 독도에 대해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며 강한 표현을 사용한 교과서도 과거엔 ‘후소샤(扶桑社)’ 공민 교과서 1종뿐이었지만 이번에는 지리 1종과 공민 3종 등 모두 4종으로 늘었다. 전체 중학교의 61%가 사용하는 도쿄서적 공민교과서는 이전까지 “다케시마(竹島)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만 했던 기술을 이번에 “다케시마는 시마네(島根)현에 속하는 일본 고유의 영토지만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개정했다.

 그 배경에는 일본 국민의 ‘영토감정’을 자극하면서 보수회귀를 부추겨온 우익과 문부과학성 관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져 일본을 스스로 고립시키는 장본인들이다. 일 자민당은 집권 시절인 2000년 교육기본법이 태평양전쟁의 책임을 국가에 전가하는 패배주의자를 양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애국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군국주의적 교육을 부활시킬 우려가 있다며 일본 내에서도 반대운동이 일어났지만, 6년 뒤인 2006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때 기어코 성사시켰다. 일 정부는 이어 2008년 3월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3월엔 독도를 자국 영해에 있는 것으로 표기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문부과학성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실린 내용들은 2008년 정부 지침에 따라 각 출판사가 3년여에 걸쳐 준비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번 사태를 맞아 내각과 관료사회를 통제할 만한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간 총리는 지난해 8월 발표한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리더십 부족으로 자신의 담화 내용을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는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 중국과 맞물린 센카쿠열도 문제도 국수적 시각으로 다뤘다. 일 외무성의 사토 사토루(佐藤悟) 외무보도관은 이날 교과서 검정에 대해 “학습지도요령과 검정기준에 따라 전문적인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며 “한국민들의 감정을 약간 건드린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날 “대지진으로 응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도 문제를 끄집어낸 일본을 두고 한국 여론이 들끓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지(時事)통신은 “교과서 문제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을 돕자는 한국 국민의 온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한국 정부가 갖고 있다”며 “지원활동과 교과서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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