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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 … 동일본 대지진 후 예상 많이 빗나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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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호 24면

연초에 시작된 중동발 시민혁명으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아시아 주식시장은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일본 동북부에서 지진과 쓰나미, 이어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 위험까지 겹쳤다. 전 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5~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995년 고베 지진 때(2%)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은 향후 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정상적인 수준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

사고 발생 이후 많은 전문가가 국내 증시에서 일본과 경쟁 구도에 있는 정유·정보기술(IT) 업종 주가의 강세를 예상한 바 있다. 철강 업종 역시 일본 내 재건 수요 기대감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주일이 지난 지금, 그런 예상은 상당히 빗나간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IT 업종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대만 등 글로벌 IT기업 주가 역시 전체 증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바로 전 세계 IT 기업들이 일본산 소재와 부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의 경우 신에쓰와 섬코라는 두 회사가 전 세계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었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기판 재료는 90%가 미쓰비시화학에서 공급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전력 공급 부족으로 이러한 부품들의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전 세계 IT 산업이 그대로 멈춰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깨닫게 됐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이들 업종 주가의 강력한 반등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철강 업종의 경우 일본 철강 업체의 일시적 가동 중단에도 아시아 철강 제품의 수급에는 별 영향이 없는 편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오히려 중국에선 철강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당분간 급격한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번 쓰나미로 파손된 지역이 대부분 목조주택 위주라는 점도 재건 수요 기대치를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 약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됐던 국내 자동차 업종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업황이 괜찮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조업 중단으로 일본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일본제 부품을 수입해오던 미국 자동차 업체까지 타격을 입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생산 차질 현상이 5월부터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외부조달 부품 비율이 1%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어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

혼란할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증시 속담이 있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역시 시장 예측보다는 기업의 구조적인 성장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실천에 옮겨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비아에서의 총성은 그치지 않고 있고, 높은 유가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일본 경제가 어려워지면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 공포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일본 경제의 곤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세계경제 환경이 불안할수록 철저한 기업분석을 통해 구조적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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