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개혁 시효 없다] “대북전단 사격 위협에 멈칫하면 북한 또 도발해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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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상

“원인이 분명한 천안함 폭침을 두고 우리 사회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을 겪었다. 게다가 ‘비겁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는 주장, ‘전쟁 나면 죽는다’는 공포가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을 휩쓸었다. 북한 입장에서 ‘제2의 천안함’을 시도해 볼 만한 환경이 아닌가.” 비상기획위원장과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66·예비역 육군 중장)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의 얘기다. 김 이사장은 22일 “1년 전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대남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는 방증”이라며 “도발엔 응분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도발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의 교훈은.

 “군함은 국가 주권의 상징이다.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도발을 했다는 점, 과거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했다는 점은 우리의 안보 태세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북한이 예측하지 못한 형태의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김정일 정권은 도발로 한국 사회를 협박·교란하고, ‘깡패 외교’로 식량을 얻어내는 생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적화통일 목표도 그대로다. 특히 2015년엔 한·미연합사도 해체된다. 북한의 기본 속성이 바뀌지 않는 한 도발은 계속된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방증일 수 있다. 강력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의 대북 억지력을 평가하면.

 “억지는 충분한 응징 역량을 갖추고, 그 의지를 상대가 믿게 만들어야 제대로 가동한다. 우리는 6·25 이래 수없이 도발해 온 북한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제라도 북한으로 하여금 대남 도발은 잃는 것밖에 없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도발의 악순환은 끝난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면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하니 벌써 멈칫거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굴복하면 같은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

-우리 사회 분열을 특히 우려했는데.

 “군의 대비태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안보 의지, 용기다. 전투는 군인이 수행하지만 전쟁은 국민이 감당하는 것이다. 천안함 이후 1년을 돌이켜 보자. 북한이 도발을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겠나. 우리 스스로 북한으로 하여금 ‘아무 때나 뺨 한 대 때려도 좋을 만한 상대’로 분위기를 만든 셈이다. 국민 정신이 비겁해져 있다는 뜻이다. 참된 평화는 용기 있는 국민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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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前]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제19대)

19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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