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학교를 떠도는 영혼-새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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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10대' 는 두 얼굴의 시기로 기억된다. 순수하고 풋풋한 감성이 빛났던 이 시기는 아름다우면서도, 그래서 더욱 잔인하기도 했다.

10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학교' 는 감성을 억압하는 질서와 그것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욕구가 격렬하게 충돌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 교육현장의 비교육적 현실을 '귀신이야기' 로 담아내 화제를 불러모았던 '여고괴담' 에 이어 제작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가 오는 24일 개봉된다.

이번 영화 역시 학교를 배경으로, '귀신들림' 이라는 공포적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에선 전편의 맥락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번엔 동성 친구.선생님과의 특별한 감정의 교감 등 보다 내면적이고 은밀한 일상의 경험을 공포보다는 판타지(환상) 의 색채로 그려낸 점이 눈길을 끈다.

두 번째 이야기의 부제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이 말은 '죽어야 할 운명을 상기하라' 는 뜻의 라틴어로, 극중에선 죽음을 택한 한 여학생이 남긴 교환 일기장에 적힌 주문이다.

여기에서 '일기장' 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소재다. 10대에게 자유롭고 비밀스러운 사유의 공간이며 금기와 규율로부터 이탈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말이다.

영화는 우연히 친구의 일기장을 주운 한 아이가 바라본 상황과 일기장 속 두 소녀의 관계가 중심이 된 과거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펼쳐진다.

영화에서 죽음을 택하는 소녀 효신(박예진) 은 독특하다. 친구들로부터는 이상한 아이로 따돌림 당하고 중성적인 성향의 친구 시은(이영진) 과는 교환일기를 나누며 마치 연인들처럼 둘만의 감정을 나눈다.

더이상 아이도,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효신은 선생님의 어깨를 다독이며 친구처럼 대화를 나눈다.

사소하지만 효신에게는 소중한, 이런 특별한 인간 관계는 그러나 학교에선 금기시된 관계에 다름아니다.

이런 억눌림 속에서 죽음을 택한 그녀의 영혼은 학교와 친구들을 떠나지 못하고 신비한 힘으로 학교를 위협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13기 출신으로 '열일곱' '푸른 점' 등의 단편을 함께 만들고 국내 장편영화로는 처음으로 과감하게 '공동연출' 을 택한 김태용(30) .민규동(29) 감독은 젊은 감독들답게 신선한 연출기법을 선보였다.

다큐멘터리처럼 들고찍기(핸드 헬드) 방식을 통해 맑게 흔들리는 앵글은 10대 소녀들의 풋풋하고도 불안한 감성을 생동감있게 잡아냈고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진솔한 대사들은 특유의 리얼리티로 영화에 잔재미와 힘을 불어넣었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옥상과 미로같은 교사 구조를 통해 소녀들의 정서적 상황과 질서적인 공간의 대비를 보여주는 화면구성도 눈에 띈다.

이 영화는 새롭지만 그래서 낯설게 보이는 '여고괴담' 이 돼버렸다. 제목이 '여고괴담2' 가 아니라 '두번째 이야기' 인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학교가 혼돈에 휩싸이는 장면은 공들인 흔적에 비해 극적인 긴장감이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힘이 부쳤다.

순간순간 공포심을 자극했던 전편을 기억하는 관객들의 기대를 채울만한 공포적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이 영화가 안고 있는 부담이다.

한편 '효신' 이란 인물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 그녀는 캐릭터 자체가 지닌 매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극단적인 극구성과 맞물려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키기에 무리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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