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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돈줄 죄기로 ‘꽃샘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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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중국 부동산 시장에 ‘꽃샘추위’가 닥쳤다. ‘봄은 왔으되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다. 주택 거래량이 이달 들어 크게 줄고 신규 분양 가격도 단지에 따라 최대 16%까지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당국의 돈줄 조이기가 새해 들어 약발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관찰보는 베이징 부동산거래관리 사이트의 통계를 인용해 일부 단지의 아파트 분양 가격이 당초보다 16%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시는 올 들어 외지인과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70개 대도시 주택 가격 동향도 비슷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가격이 하락한 도시가 3곳, 가격 상승폭이 둔화된 곳이 22개에 달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강력한 유동성 억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여섯 차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8일을 포함해 최근까지 모두 세 차례 인상했다.

지난해 10월 말을 시작으로 12월에도 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춘절(春節) 연휴 직후에도 금리를 올렸다.

 돈줄을 틀어 막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주소천) 인민은행장도 “유동성 흡수 정책은 긍정적이며 필요하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중앙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 책임을 지방 정부에 묻기로 한 정책이 현장에서 가격 상승을 막는 장치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방 정부 관리들이 자신의 실적 평가와 직결된 부동산 안정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이 겉으로만 냉각됐을 뿐 안정세로 굳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이 관망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가격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지진으로 중국 국내 경제에 불똥이 크게 튀어 중국 당국의 돈줄 조이기가 느슨해지면 부동산은 언제든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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