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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미덕은 용기와 모험, 직관과 돌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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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3월 21일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앞두고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아산이 21세기에 남긴 유산’이라는 주제로 추모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현정은(56·사진) 현대그룹 회장은 인사말에서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과 창조력이 생각난다”며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를 마음속에 넣어 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세미나의 요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추모하는 학술 세미나가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 공동 주최로 1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재·학계 인사와 현정은 회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정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렸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위원회 위원장, 유장희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왼쪽부터). [김도훈 인턴기자]

▶김진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위원회 위원장=아산은 한국의 경제 기적을 만든 기업인이다. 한민족의 굴절 많은 근대사의 표상이며 한민족의 발자국을 지구촌 전체로 넓힌 현대사의 상징이다. 신발 한 켤레를 10년 신으며 절약도 했지만 가난하고 불우한 이들을 배려했다. 그는 한국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통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아산은 재계의 거목이자 한국 경제의 영원한 성공 신화다. 1960년대부터 조국을 근대화하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하고, 해외 건설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선구자였다.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인간적으로 소박하고 가식이 없었다. 스스로 기업의 소유주보다는 ‘부유한 노동자’라고 했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한국을 부국으로 만드는 데 공헌한 사람은 ‘박정이’다. ‘박’정희, ‘정’주영, ‘이’병철의 성을 딴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산의 공헌은 현대 포니가 소련과 캐나다 시장에서 경쟁해 승리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현대라는 한국의 기업 하나가 공산진영의 종주국인 소련과 경쟁해 승리한 것이다. 북한에 소떼를 몰고 방북한 것이나 아산만 방조제를 막을 때 유조선을 사용한 것 등은 아산이 개발한 기(奇)한 전략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사회학)=아산은 복잡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단순화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머릿속의 계산이나 책상의 기획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딪혀 경험을 얻었다. “너 해봤어” “하면 된다”며 경험을 쌓았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모험·도전 정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력으로 돌파했다. 그는 대성취를 위해 직관에 경험을 곱하고, 여기에 돌파력까지 곱했다.

▶유장희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화여대 명예교수)=우리나라는 정치·사회·문화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영웅 만들기’에 극히 소극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산과 같은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에 대한 역사와 스토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는 아산의 일생을 ‘극(克)’, ‘낙(樂)’, ‘장(張)’, ‘신(信)’ 4개의 한자로 압축할 수 있다. 젊을 때 가난을 강한 집념과 의지로 극복했다(克).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전 이화여대 총장)=아산은 시련과 굴곡이 많았던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에게 미래의 꿈을 심어준 인물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위상과 브랜드를 높이는 데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선구자적 혜안을 가지고 새로운 실학정신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교육·문화 전반에 그의 손길이 안 닿은 부분이 없다. 인간의 잠재력에 긍정과 따뜻함을 불어넣어 줬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나라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아산을 생각하게 된다. 반대로 한국 경제에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생각이 난다. 아산을 경제인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그를 문화인으로 생각한다. 아산은 국내 기업 최초로 회사에 ‘문화실’을 세운 기업인이다. 이동 도서관도 만들어 책을 읽기 힘든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경제와 전혀 관계없는 나에게까지도 많은 기회를 줬다. 그래서 기업인 못지않게 문화인들도 그를 추모한다. 문화계에도 남긴 그의 빛을 후대에도 나눴으면 좋겠다.

정리=강병철 기자

아산의 경영 키워드 “애국 - 신용 - 창의성”

대학생 논문 공모 입상작을 보니

‘최적화’ ‘애국’ ‘신용’ ‘창의성’.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모한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 추모 대학생 논문 공모전에서 입상한 대학생(대학원생 포함)들이 꼽은 아산의 경영 키워드다.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박나리(27·서울대 국제대학원)씨는 “아산은 정부의 역할을 외생 변수로 간주하지 않고 정부가 제시하는 구체적 경제개발계획을 회사 경영의 내생 변수로 최적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 회장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기술력을 보완하고자 주로 난공사를 공략했다”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경험적인 방법을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고 현장에서만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발견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황순혁(26·한동대 기계제어공학부)씨와 김지인(24·한동대 경영경제학부)씨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부(富)는 아산, 그리고 같이 일했던 기업인들이 애국을 했기 때문”이라며 “기업을 가족처럼 여기고 나라를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정신을 후대에 잘 전해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임무”라고 규정했다.

 장려상을 받은 김지은(22·연세대 경제학과)씨는 ‘신용’을 아산의 키워드로 봤다. 아산은 생전에 “신용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김씨는 “아산은 자신의 타고난 근면, 성실, 부단한 노력을 바탕으로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신용을 얻었다”고 밝혔다. 장려상 수상자 오승헌(23·한양대 정치외교학과)씨는 “아산의 경영전략은 21세기의 핵심 화두인 창의성과 맞닿는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과 가치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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