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면 1
2000년 5월초. 중학교 1학년인 영이는 아빠와 함께 TV를 보고 있습니다. 즐겨보는 프로가 나오기 전에 광고가 계속 나오자 영이는 짜증을 냅니다. 그때 '한국통신프리텔' 이라는 회사의 광고가 나오고 있었지만 광고에 관심이 없는 영이는 채널을 돌립니다. 연속극을 본 뒤 광고가 끝날 때쯤 다시 리모콘을 눌러 좋아하는 프로를 봅니다. 이런 일은 거의 매일 반복되지요.

#장면 2
2000년 5월말. 영이는 김미현 선수가 참가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대회 중계방송을 재미있게 봅니다. 잘 모르지만 아빠의 설명을 들어가며 지난해(1999년)두 번 우승한 김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지요. 영이는 TV를 볼 때마다 김선수의 모자와 옷에 붙어 있는 '한통프리텔' 이 어떤 회사인지 궁금했습니다. 아빠에게 물어 이동전화회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2000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봤어요. 사람들은 보통 TV를 볼 때 광고가 많이 나오면 짜증을 내지요. 그렇지만 방송국은 광고료로 '재미있는' 프로를 만드는 것이니 광고는 나올 수밖에 없겠죠. 또 기업 입장에서 "우린 이런 상품을 만드는 회사" 라고 알리는 데는 TV광고가 효과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그 회사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업들이 큰 돈을 써가며 방송의 주요시간대에 광고하려고 애쓰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광고를 하는데도 영이처럼 보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요? 다른 방식을 택하겠죠. 애써 광고를 하지 않고도 시청자에게 익숙해질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에요. 유명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기업들이 상품판매를 늘리기 위해 스포츠나 유명 선수를 이용하는 것을 '스포츠 마케팅' 이라고 하지요. 여기엔 유명 선수 사인볼.인형.스포츠의류 등을 만들어 파는 일도 포함됩니다.

한통프리텔이 바로 '스포츠마케팅' 을 한 경우죠. 한통프리텔은 지난 10일 골프의 김미현 선수와 3년 동안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후원계약을 했어요. '후원계약(스폰서십)' 은 기업이 활동비를 지원해 주는 대신 선수는 기업 상표가 찍힌 모자.옷 등을 입고 경기에 나가기로 약속한 것을 말합니다.

옷과 모자에 상표를 붙이는 데 10억원은 너무 많지 않냐고요? LPGA는 유명한 대회라 전세계로 생방송될 때가 많아요. 관심있는 사람들은 TV에서 눈을 떼지 않을테고 자연스레 김선수의 모자와 옷에 붙어 있는 회사 상표에 익숙해지겠죠. 평균적으로 선수가 우승권에 들어가면 1시간 남짓 TV에 비춰진다고 하네요. 김선수는 올해 두 번 우승했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우리나라 방송국의 주요시간대 (저녁 8~9시) 광고료가 15초에 7백만~8백만원, 미국 CBS는 20만달러(2억2천만원)지요. 우승권에 들어갔을 때 효과를 이 광고료로 계산해 보면 국내 방송은 16억8천만~19억2천만원, CBS는 5백28억원이 됩니다.

한통프리텔이 한 달 동안 국내 TV 광고(평균 20억원)를 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지요. 김선수가 한 번만 우승권에 들어도 후원사는 '본전' 을 뽑고도 남게 되는 겁니다.

지난해 박세리 선수에게 30억원을 지원한 삼성은 광고효과를 어림잡아 1억5천만달러(2천1백억원.당시 환율로 계산)로 계산했어요. 30억원 들여 70배 효과를 냈으면 보통 '잘한 장사' 가 아니죠.

그러면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는 얼마나 받을까요. 우즈는 최근 나이키와 5년간 후원계약을 하면서 9천만달러(9백90억원)를 받기로 했답니다.

기업들은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큰 돈을 들이지요. 하지만 승부의 세계인 스포츠에선 1등이 있으면 꼴찌가 있게 마련이에요. 후원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도 많아요. 기업이 들인 돈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으니 당연히 손해를 보겠죠. 이렇게 '투자' 란 위험이 따르는 것이에요.

그러니 기업은 들인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남겨줄 '유망주' 를 조심스럽게 찾겠고 선수들은 자신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기업을 신중히 선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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