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앞눈 경안미술관…국내 첫 '원스톱' 작가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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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문화재단(이사장 이준영)이 92년부터 경기도 광주에 2만평 규모로 조성해온 경안미술관이 빠르면 다음주 초 완공된다.

미술평론가 김영순(47)씨가 초대 관장을 맡은 이 미술관은 특히 국내 최초로 작가와 평론가를 입주시켜 작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artist in residence)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어 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에는 미술평론가 김홍희씨와 작가 문범.유현미씨 등이 참여했고, 스튜디오와 연구실은 각각 작가 15명과 평론가 2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첫 수혜자는 내년 1월 신청을 받아 선발, 2월초면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입주기간은 평균 1년 또는 그 이상. 입주자들은 전시는 물론,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통해 실기와 이론을 접목할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집단 창작' 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작가뿐 아니라 이론가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기존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문예진흥원에 폐교 활용 스튜디오나 개인 독지가가 후원하는 하제마을 등 기존 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히 작업장 제공 수준에 그쳐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샀다.

전문 운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뚜렷한 성격이나 지향점 없이 그냥 '모여서 작업한다' 는 식이었던 것이다.

㈜레더데코의 쌈지 스튜디오 정도가 그나마 성공한 경우로 꼽히지만, 어디까지나 기업의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자체 판단하는 성향의 작가까지 두루 포괄하긴 힘들었다.

삼성문화재단과 가나아트센터 등 사설기관의 지원책 역시 해외연수라는 강점을 갖추긴 했지만 단기에다 단발성으로 그쳐 보다 장기적 안목의 작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1일 '21세기 새로운 미술관의 비전과 운영방안' 이라는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가진 경안미술관은 "작가 선발-창작과 연구-전시-해외 관련 기관으로 연결 이라는 유기적 구조를 가진 새로운 작가 지원책을 시행해 나가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과거 미국의 유명 스튜디오 프로그램인 P.S1의 지원을 받은 설치미술가 김수자.김영진씨는 이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활발한 해외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미술관이 주체로 나서 작가 양성의 체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로, 미술계에서는 "진작 누군가 했어야 할 일" 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편 경안미술관은 실내.외 전시장과 스튜디오 외에 8만평 규모의 야외공연장.극장.교육시설.레스토랑 등을 합친 복합 문화공간으로 내년 5월 일반에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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