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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치료법으로 실패한 전이·재발암, 맞춤치료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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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암의 전이와 재발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전이·재발암은 예후가 절망적이다. 그러다 보니 병원도 환자의 생존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최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이 전이재발암병원을 개설했다. 국내 첫 사례다. ‘고통 없는 치료’ ‘수술·출혈 없는 치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치료’라는 3대 진료 철학을 내세운 최일봉 원장에게 전이재발암과 병원의 특징에 대해 들었다.

최일봉 가톨릭전이재발암병원장은 “전이재발암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 받아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제공]

-전이암과 재발암은 어떻게 다른가.

 “전이암은 신체 어딘가에 처음 발생한 암(원발암)이 혈액이나 림프절을 따라 다른 장기에 움튼 것이다. 예를 들어 폐에서만 발견된 암은 그냥 폐암이다. 하지만 전이된 폐암은 전이의 단초를 제공한 장기에 따라 위암의 폐 전이, 유방암의 폐 전이로 부른다. 재발암은 완치 판정 후 암이 생긴 부위에 다시 암이 생긴 것이다.”

-암마다, 또 병기마다 재발률이 다른데.

 “5년 생존율이 80% 이상인 갑상선암·자궁경부암·전립선암·유방암은 재발률이 낮다. 반면 생존율이 낮은 췌장암·폐암·담도암은 재발률이 높다는 뜻이다. 암의 특성상 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암의 재발은 주로 3기 이상 환자에게서 치료받은 후 1년 이내에 발생한다. 최근에는 초기 암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5~10년 후에 재발하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어떻게 전이재발암병원을 개원하게 됐나.

 “치료 기술의 발전과 인구 고령화로 암환자의 생존기간이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환자가 재발암과 전이암이 생겨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기존 암병원은 원발암에 집중하고 있다. 끝까지 치료를 받고 싶은 게 암환자의 심정이지만 비제도권을 전전하다 사망한다. 외국은 전이재발암병원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존 암병원과 다른 점은.

 “방사선수술학과·혈액종양내과 ·스트레스클리닉·한의학과·전문지원팀이 협진해 통합의학을 실현한다. 전이재발암 환자의 대부분은 기존 표준암 치료에 실패했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환자는 단순한 육체 치료에서 나아가 면역·영양·심리·운동까지 고려한 개별 맞춤치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적합한 게 통합의학이다. 암환자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스트레스클리닉에선 우울증·불면증·심인성통증을 줄이는 정신지지요법과 명상요법으로 환자의 정신건강을 챙긴다.”

-한의학과의 협진은 어떤 이점이 있나.

 “침·뜸·탕약·기공·선우정골요법은 친환경 전통의학이다. 전이재발암 환자의 면역기능을 증진하고 후유증을 줄인다. 특히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출혈 없는 치료를 추구하는데.

 “마취 없이 칼을 대지 않고 암을 수술하는 최첨단 방사선 수술장비를 도입했다. 아주 세밀한 방사선을 쏴 정상 조직의 손상 없이 암세포만 태운다. 통증이나 출혈이 전혀 없어 하루 외래 방문으로 치료가 끝난다. 특히 ‘노발리스’는 2㎜의 정밀도를 보여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방사선 치료기기로 알려졌다. 치료시간도 20분으로 짧고, 건강보험도 적용된다. 이외에 초음파를 이용한 하이프나이프와 토모테라피, 온열치료기 같은 초정밀 방사선 장비도 갖췄다.”

-‘데이케어 클리닉’도 운영 중인데.

 “내원 즉시 당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낮에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전이재발암 환자는 대부분 생존기간이 짧다. 가족과의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한 출퇴근형 암병동이다. 응급입원병동과 전문입원병동도 함께 운영 중이다.”

-향후 병원 운영은.

 “암 치료 후 장기 생존한 암환자의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재발암 조기진단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가동 중인 18병상의 호스피스센터는 36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이암이나 재발암을 예방하려면.

 “안타깝게 전이·재발암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암이 발생하고 난 뒤 예방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조기에 진단해 빨리 치료받는 게 최선이다. 한번 신체에 움튼 암은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아직 면역력을 키우는 검증된 방법이 없기 때문에 흡연·음주·스트레스를 피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황운하 기자

▶최일봉 병원장은 1978년 2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미국 미네소타 의대 치료방사선과 교환교수를 거쳐 가톨릭대 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과 사이버나이프센터 부소장, 우리들병원 사이버나이프클리닉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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