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법 개정안 반발, 인터넷 등록업체 연대투쟁 선언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한글 로마자 표기법 개정을 추진하자 이로 인한 재산권 피해를 호소하는 개인과 업체들의 반대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 시안'' 에 따르면 ''Taegu'' 가 ''Daegu'' 로 바뀌는 등 현재의 로마자 표기법이 한국인 발음 위주로 대폭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Taegu.net, Pusan.co.kr 등으로 인터넷 주소(도메인) 를 등록한 업체들이 대표성과 표현의 정확성을 상실하게 돼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마자 표기법 개정에 반대하는 개인 및 업체들은 지난 6일 한글 로마자 표기법 개정에 반대하는 인터넷 사이트(http://www.kimchi.net)를 만들고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3시 현재 이 사이트에서 실시중인 찬반투표에 참여한 네티즌 6백7명 중 ''반대한다'' 가 70%(4백29명) 를 차지하고 있다. 찬성은 28%며 ''상관없다'' 가 2%.

반대추진위원회 민재홍(閔在弘.37) 대표는 "정부가 표기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피해를 본 업체들이 연대해 대정부 손해배상 청구도 불사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이트에는 24개 업체가 동참하고 있으며 매일 참여업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
''pusanflower.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를 사용하는 꽃배달 회사, ''kwangju.co.kr'' 을 쓰고 있는 광주일보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 표기법에 따라 영문 명칭으로 ''TJB'' 를 쓰고 있는 대전방송은 최근 ''DJB'' 에 대한 상표등록 출원을 냈다.

영문 명칭을 바꿔야 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만일'' 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각김치'' 라고 이름을 남긴 한 네티즌은 "표기법이 바뀔 경우 국제적으로 이미 익숙해진 ''kimchi'' 가 ''짐치'' (gimchi) 로 불리게 되는 등 명칭의 혼선을 빚을 게 뻔하다" 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 개정안 발표 직후 ''발빠른'' 네티즌들이 새로운 표기법에 따른 인터넷 주소 등록을 대부분 마친 상태라는 것. 기존 표기법에 따른 주소나 상표를 쓰고 있는 업체들로서는 웃돈을 얹어 인터넷 주소를 사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閔대표는 "기존 인터넷 주소를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 중에 있는 개인.기업들의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고 주장했다.

문화관광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시안의 큰 틀은 변함없이 세부조정이 있을 것" 이라는 입장이다.

국어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충분하게 의견을 듣겠으며 당초 연말에 최종안을 확정하려 했으나 내년 1월말이나 그 이후로 연기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의 실무를 맡고 있는 국어연구원측도 "여론을 살펴볼 때 70~80%가 긍정적인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 관련 외국인들의 거부감이 커 이에 대한 검토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연구원측은 오는 16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차 공개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재검토 사항 중 한 예를 들면 시안에는 모음 ''ㅓ'' 를 영어로 ''eo'' 로 표기하게 돼있으나 이를 ''e'' ''u'' ''ur''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신용호.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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