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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풋볼구장 경쟁 '불 붙었다'…다운타운·시티 오브 인더스트리 경합

미주중앙

입력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위치할 NFL 구장의 준공시 외부 조감도. NFL 구장이 건축되면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LA시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제스틱 부동산 그룹의 잔 셈켄 부회장이 7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건립될 풋볼구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신현식 기자

미국 스포츠의 꽃. 두말할 나위없이 풋볼이다. 지난 2월 열린 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제45회 수퍼보울은 평균 1억1000만명의 시청자를 TV 앞에 붙들어 맸다. 순간 시청자는 무려 1억6290만명에 이르렀다.

다른 스포츠 종목이 결코 발휘할 수 없는 힘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로스 앤젤레스에선 창피하게도(?) 16년째 NFL팀이 없다. 1995년 램스와 레이더스 두 팀을 떠나보낸 로스 앤젤리노들이 다시 한 번 풋볼열기를 갈구하고 있다.

올해 들어 드디어 숙원이 풀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현재 LA 다운타운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City of Industry)가 풋볼구장 승인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먼저 NFL 팀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NFL 사무국과 구단주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승인이란 ‘풋볼 스타디움 건축 허가’를 뜻한다. LA 다운타운에 구장을 건축하려는 안슈츠 엔터테인먼트 그룹(AEG)의 팀 라이위키 회장, 그리고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구장을 세우려는 머제스틱 부동산 그룹의 에드 로스키 최고 경영자(CEO)의 대결이다.

과연 누가 승리의 터치다운을 찍을 수 있을까. 양 도시의 풋볼유치 진행상황을 집중분석했다. 본지는 머제스틱 그룹의 잔 셈켄 부회장과 7일 단독 인터뷰가 이뤄졌으나 AEG는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셈켄 부회장은 영화 ‘탑건(1986)’ 촬영을 위해 톰 크루즈에게 전투기 조종법을 가르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한인과 결혼해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 인근에 한인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다. 이번 풋불 딜은 한인 커뮤니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문에 한인들의 관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후원을 당부했다.

▶에드 로스키 머제스틱 그룹 CEO는?

오클라호마 태생의 에드 로스키(71) 머제스틱 CEO는 USC에서 부동산학을 공부한 뒤 로욜라 법대를 졸업했다. 자산이 25억 달러로 2008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가장 부유한 미국인' 163위에 오른 바 있다.

▶수익에서 판가름 난다

NFL 구장 건축 승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은 바로 수익이다. NFL은 AEG와 머제스틱 그룹을 저울질해 수익을 가장 많이낼 수 있는 측의 손을 들어주겠다고 공언했다. 머제스틱 부동산 그룹의 잔 셈켄 부회장은 머제스틱 그룹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AEG에서 주장한) 10억 달러로 LA 다운타운에 NFL 구장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20억 달러는 족히 들어간다"며 "그에 반해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필요한 구장 건축비는 8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셈켄 부회장은 "완공까지 30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머제스틱 구장이 벌어들일 수익은 연평균 7억62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셈켄 부회장은 재차 수익 얘기를 꺼냈다. "지난 2월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린 수퍼보울이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 지 아나? 6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4억 달러가 고스란히 댈러스로 들어갔다. 댈러스는 손하나 까딱 안하고 엄청난 혜택을 누린 셈이다. 머제스틱에 승인이 난다면 LA 시 전체가 이윤을 얻게된다."

구장 건축비가 높을수록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렵다. 셈켄 부회장은 “자칫 구장 건축 융자 빚만 갚다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머제스틱 부동산 그룹은 7만5000석 규모의 스타디움 건축에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며 “허가가 나면 바로 삽을 들 태세”라고 밝혔다. 건축 전문가들 대다수도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 구장이 LA 다운타운보다 훨씬 저렴한 공사비용이 들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일단 디자인 컨셉이 다르다. 스타디움이 산에 건축될 것이기 때문에 철제물의 사용량이 낮다. 셈켄 부회장은 “이는 그만큼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라며 “AEG 측 구장은 100% 철제물에 의존해야 되기 때문에 (그들이 말한 것처럼) 10억 달러에 구장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 소재 인더스트리 힐스 골프 클럽에서 열리는 것. 오는 3월24일그는 “이는 우리에게만 혜택이 되는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티켓가격도 저렴해진다”며 NFL 경기를 관전하고 싶어하는 팬에게 모두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준비기간에서도 양 도시는 큰 차이가 난다. 머제스틱은 1996년부터, AEG는 지난해에 풋볼구장 유치에 힘을 쏟았다.

▶1시간 운전거리 안에 1600만명 시민이

셈켄 부회장은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가 최적의 장소인 이유로 “운전거리 1시간 인구”를 꼽았다. 그는 “운전해서 1시간 거리 안에 1600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 카슨의 홈디포센터처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 풋볼구장도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예약 폭주

셈켄 부회장은 “1만1450개 스위트룸 신청과 함께 35만1522개의 클럽 시트, 60만 장이 넘는 시즌 티켓 주문을 받은 상태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스타디움 10개는 족히 채운다.

▶이름/장소 논란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는 철저히 비즈니스만 이뤄지는 상권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NFL은 “도시 이름이 좀 그렇다”며 구장에 붙일 이름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셈켄 부회장은 “그래서 ‘그랜드 크로싱(Grand Crossing)’으로 바꿨다”고 대답했다.

그는 대다수 NFL 스타디움이 대도시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며 “뉴저지주 뉴메도우랜즈 스타디움(뉴욕 자이언츠, 뉴욕 제츠 홈 구장), 메사츠세츠주 팍스보로의 질렛 스타디움(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 홈 구장), 텍사스주 알링턴의 카우보이스 스타디움(댈러스 카우보이스 홈 구장) 등이 모두 허허벌판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셈켄은 “풋볼 구장은 공간이 넓어야 제맛이다. 테일 게이팅할 공간은 최소한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LA 다운타운의 주차공간이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1만2000개 창출

셈켄 부회장은 구장 건축을 하면서 1만2000개의 건축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완공 뒤에도 머제스틱 그룹은 6735명의 일자리를 따로 창출한다”며 불경기에 허덕이는 남가주에 스타디움 공사가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을 것을 약속했다.

▶NFL팀, 2개 올 수도

NFL에서 머제스틱 측에 요구한 사항 가운데 하나는 NFL팀 2개가 사용할 수 있도록 구장을 설계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는 NFL이 2개팀이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실 NFL에서는 마땅한 홈 구장을 찾지 못해 애먹고 있는 팀들이 한 둘이 아니다. 현재 샌디에이고 차저스, 샌프란시스코 49ers, 오클랜드 레이더스, 또 지난해 폭설로 홈 구장 지붕이 뚫린 미네소타 바이킹스 등이 새 구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로스키, NFL 구단주 뜻도 밝혀

셈켄 부회장은 풋볼구장 승인이 나면 에드 로스키 머제스틱 CEO가 NFL 구단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만약 그가 구단주가 되려면 NFL 규정에 따라 그가 소유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는 팔아야 한다. 이에 로스키 CEO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LA 다운타운에 준공예정인 NFL 스타디움의 조감도. NFL 스타디움이 개설되면 LA는 스테이플스 센터, 노키아 극장, LA 컨벤션, 리츠 칼튼 호텔까지 이어지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자랑하게 된다.

▶문제는 NFL 노사협상

NFL 소속 구단주와 선수노조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이 3월2일로 종료됐다. 양측은 아직도 주요 쟁점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NFL의 32개팀 구단주들은 3월까지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직장폐쇄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단주와 선수노조가 대립하는 주요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구단주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90억 달러에 달하는 NFL의 수익 가운데 구단주들이 10억 달러를 선금으로 가져간뒤 나머지 수입중 59.5%를 선수들이 가져가는 배분 방식은 선수들에게 너무 유리한 것이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단주들은 NFL의 수익이 늘어나도 각종 경비 지출이 증가하는 만큼 추가로 10억 달러를 구단주 몫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선수노조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구단주들은 또 정규시즌 경기 수를 현재 16개에서 18개로 늘리자는 입장인 반면, 선수노조는 경기가 늘어나면 선수들의 부상도 증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밖에 구단주들은 신인선수들에 대한 연봉 상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선수노조는 이에 반대하면서 선수들에 대한 건강보험과 연금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또 최악의 경우 직장폐쇄까지 간다면 NFL의 LA 복귀여부 결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원용석 기자 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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