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 논쟁

중앙일보

입력

프로게이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기석씨에 대한 승부조작 의혹이 언론에 의해 제기되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어뷰저''라고 불리우는 이 문제는 실력이 충분한 양심적인 게이머 조차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재의 잘못된 스타크래프트게임 구조와 게이머 세계의 과도한 승패의식의 문제가 크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베틀넷 게임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스태크래프트 세계 대회에 출전 자격은 레더 점수라는 게임의 승패에 따라 메겨지는 점수순으로 출전권이 부여된다. 이긴 사람은 상대한 사람의 점수에 비례해 점수를 추가하게 되고, 진 사람은 점수를 깎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매번 시즌마다 전 시즌의 성적을 무시하고 모든이의 점수를 0으로 메겨서 재시작하며,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들을 단순한 점수 순서로 출전권을 메기다보니, 실력이 출중한 프로 게이머나 아무리 전적이 화려한 최강의 게이머라고 하더라도 대회 참가라도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틈 사이에서 무한한 승패 점수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게임을 한 상대의 점수에 따라 승리시 점수의 상승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이머들간에는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낮은 레더 점수를 가진 사람들과는 게임을 아예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웬만한 게이머 조차도 정정당당한 게임을 통해 상위 등위로 오르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무리에 가깝다.

아무튼,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점 아래에서 "어뷰저"라는 기술이 스타크래프트 게임 초기부터 알려져 왔다.
즉, 자신이 스태크래프트 게임에 사용하는 아이디를 여러개 만들어서 기본적인 대전을 통해 점수를 얻은 후, 이들 서로간에 대전을 시킴으로써 하나의 아이디에게 점수를 몰아주어 등위를 올리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이 퍼지자 이 게임을 만든 블리자드사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단순히 점수순으로 게이머들을 나열하는 제도적인 문제와 이 자체가 구조적인 약점이며 불법이 아니라는 문제 등으로 인해, 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며 더욱 관행화 되고 있다.

즉, 이런 분위기에 따라 게임을 웬만큼 잘한다는 게이머들 조차도 스스로 최소한 다른 사람과의 대결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상대할 만큼 수준으로 보이기 위한 초기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러한 트릭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불거진 이기석씨의 사건은 그만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게임의 구조적인 문제가 불러온 작은 사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이번 이기석씨의 문제는 이미 지난 6월말 PC 통신 나우누리와 공인 게이머 리그 대회에서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이미 문제가 되었다가 일단락 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당시 동호회 관계자와 리그 운영자 등도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제작사에 이러한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오던 중이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 이씨가 유명해지고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시점에서 모 게임지와 언론이 이 사람 개인의 문제로 이를 제기해, 일부 네티즌은 문제 제기의 초점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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