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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보은 인사’가 외교 재앙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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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30대 중국인 여성 덩신밍(鄧新明·등신명·33)의 스캔들은 이명박 정부의 보은(報恩) 인사가 빚어낸 외교 재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사들이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나서 비자를 부정 발급해주고 우리 정부 및 공관과 관련한 정보를 유출한 사건을 저지른 것은 외교 경험이 없는 인사가 공관 지휘를 맡았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관계기사 4, 5, 6면>

 중국통인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9일 국회 외교통상위 회의에서 “외교관 출신은 외교적 관례를 중요시하지만 정치인은 단칼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외교적 관점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에게 (공관장직을 주는) 보은 인사를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 고 지적했다. 최종건 연세대(정치외교학) 교수는 “해외 공관장을 꼭 외교관 출신으로 채워야 하는 건 아니다”며 “그러나 발탁 인사를 하더라도 외교적 역량을 갖춘 사람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기 총영사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서울선거대책위 조직본부장과 국제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그해 6월 상하이 총영사로 발령받았다. 당시 외교부 일각에서 ‘측근 챙겨주기’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가 이 대통령 직계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외교부에서도 문제 삼지 못했다. 김 총영사는 상하이로 간 뒤 국정원 소속인 부총영사 J씨와 갈등을 빚는 등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주장했다. 관리 책임자인 김 총영사의 역량 부족이 문제였다는 얘기다. 김 총영사는 공관에 파견된 영사들이 수년간 덩의 덫에 걸려 비자발급과 관련된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불륜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에서 이를 수습, 통제하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상하이 교민 사회의 비난이 비등했는데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덩의 힘에 기대 자신의 외교활동과 민원을 해결하려 했다는 게 외교가의 얘기다.

 2008년 초 정부는 김 총영사와 함께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도운 인사들을 대거 해외공관장으로 발령냈다. 캠프 선거대책위 비서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이웅길씨는 애틀랜타 총영사로 내정됐다가 현지 교민들의 항의를 받고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김수정·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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