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층과 친분 자랑 덩신밍 … “이상득·오세훈과 위정성 만남 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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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전 총영사

외교가를 발칵 뒤집은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등신명·33)은 상하이 총영사관의 주요 민원을 해결해 주고 그걸 바탕으로 친해진 우리 외교관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중국인에 대한 한국 비자를 부정 발급받는 등의 혜택을 누렸다. 덩은 상하이 총영사관의 비자 발급 관련 서류, 외교관 비상연락망,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대본부 연락처 등도 빼냈다. 그 과정에서 덩은 우리 외교관들에게 공갈·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미모와 재력을 갖추고 상하이 정계 거물들과의 친분을 내세운 30대 여성의 유혹에 우리 외교관들이 놀아난 것이다. 중국 여성의 스파이 활동을 그린 영화 ‘색계(色戒)’의 한국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덩의 실체는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10여 년 동안 결혼생활을 한 한국인 남편 진모씨도 “아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 덩에 대해 김정기 전 총영사는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하이에서 정치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가 작성해 외교통상부에 넘긴 ‘소명자료’에도 덩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김 전 총영사는 200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책임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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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은 ‘상하이 장녕구 고양로 명도성 빌라 1001호’에 산다고 한국 정부에 자필로 제출한 신청서에 적었다. 지난해 9월 3일 한국비자를 받기 위해 쓴 주소지다. 이곳은 주택 한 채 시가가 30억원에서 50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빌라촌이다. ‘상하이 포동신구 유방서로 1농 4호 4801실’은 덩이 비자 신청 서류에 첨부한 신분증에 나와 있는 또 다른 주소다. 황푸(黃浦) 강변에 위치한 이 건물은 3.3㎡당 시가가 1억원에 달하는 최고급 아파트다. 김 전 총영사는 “덩이 보유한 부동산 액수만 100억원대”라며 “덩은 BMW 자동차를 몰면서 딸(7)과 입양한 자녀 수명을 연간 학비가 3만 달러인 외국인 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덩의 협박에 쓴 “손가락 끊겠다” 서약서 중국 여성 덩신밍과의 문제로 감찰 조사를 받은 K 전 상하이 영사가 덩에게 써준 친필 서약서. K 영사는 덩의 협박에 못 이겨 불러주는 대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덩은 2008년 신정승 주중 대사가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부총리급인 위정성(兪正聲·유정성) 상하이 당서기와 장관급인 한정(韓正·한정) 상하이 시장을 동시에 면담할 수 있게끔 다리를 놨다는 게 김 전 총영사의 얘기다. 우리 주중 대사가 상하이 최고 권력자인 당서기와 시장을 동시에 만난다는 건 배후의 특별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김 전 총영사에 따르면 덩은 지식경제부 소속 K영사가 2008년 8월 부임 당시 자신의 이삿짐에 다른 사람의 짐을 포함시켰다가 중국 세관에 발각돼 밀수 혐의를 받게 되자, 세관 측에 손을 써서 없던 일로 만들어 줬다. 이후 덩은 K영사의 업무를 수차례 도와줬고, 지난해 상하이 엑스포 기간에는 K영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덩과 가까워진 K영사는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법무부 소속 H영사에게 덩을 소개했고, 덩은 H영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약점이 잡힌 H영사는 이후 덩이 요구하는 대로 비자를 발급해 줘야 했다. 덩은 H영사와의 관계를 질시한 K영사가 관계를 유지하려 하자 K영사에게 “ 당신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며 그럴 경우 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 한다.

 덩은 2008년 11월과 2009년 4월 상하이를 방문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위정성 당서기와 한정 시장을 면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내용도 김 전 총영사의 ‘소명자료’에 들어 있다. 2009년 제주도가 상하이와 우호도시 협정을 맺는데도 덩이 역할 했다는 대목도 있다. 김 전 총영사는 “2009년 중국 국경일 행사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폐막식에서 덩이 한정 시장·위정성 서기 옆에 붙어 환담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덩이 “나는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의 손녀” “위 당서기의 조카”라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고 교민들은 전한다.

78년생인 덩은 국내 기업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인 진모(37)씨와 2001년 결혼했다. 진씨에 따르면 덩은 4~5년 전부터 상하이에 공무원으로 취직했다며 바깥으로 돌기 시작했다 한다. 2008년 이후 한국 외교관들과 잦은 접촉을 했다고 한다. 진씨는 “지난해 말부터 외박이 잦아지다가 최근 집을 나가버렸다”며 “장인은 없고, 산둥성의 외삼촌이 상하이의 당서기로 몇 년 전에 발령받고 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덩은 우리 영사관 측에 전화할 때 번호가 뜨지 않는 휴대전화를 썼다고 한다. 진씨는 "덩의 불륜을 의심해 USB 메모리를 살펴보니 우리 총영사관 중요 정보가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덩이 한국 정부 기밀을 캐내려는 중국 정보기관 요원이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상하이 총영사관에는 중국 정보기관이 군침을 흘릴 만한 고급 정보가 없고, 굳이 이권을 챙기자면 비자 발급권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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