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색계’… 상하이 외교관들, 중국 여성 덩신밍과 불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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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덩신밍.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이 30대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등신명·33)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다음 한국 비자를 부정발급하고, 큰 이권이 걸린 한국비자 신청대리권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덩에게 비자발급 서류와 외교관 연락처 등도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상하이의 일부 한국 외교관들이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중요 영사 업무를 사실상 덩에게 넘겨주고 공관 관련 정보도 알려준 것이다. <관계기사 4, 5, 6면>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2009년 상하이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H영사(42), K영사(42), P영사(48) 등 3명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8일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영사는 덩이 부탁한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 비자를 빠짐없이 발급해 줬다. 자격이 없는 중국인이나 조선족에게 비자발급을 해 줄 경우 알선한 사람은 건당 500만~1000만원을 받는 게 중국 내 관행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난해 말 영사 3명의 비위 사실에 대한 제보를 받아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모두 덩이 부탁한 중국인들에게 속히 비자필증을 내줬다”며 “이 과정에서 영사들은 관련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덩은 또 우리 총영사관 측에 한국비자 신청대리권을 보유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뜻을 관철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는 총영사관에서 2008년 비자발급 현황, 비자발급 대리기관 통계(2009년 1월), 비자 개별 접수 여행사 신청 현황 등의 서류도 빼내 자신의 USB에 저장해 둔 걸로 드러났다. H영사는 법무부 소속이었으나 1월 사표를 냈다. H·K영사는 덩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11월 함께 조기귀국 조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덩이 기밀정보를 빼낼 의도에서 3명의 영사들에게 접근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덩이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연락처 등을 넘겨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철재 기자

◆색계(色戒)=1941년 중국 여성이 미인계를 무기로 친일파 핵심 인물에게 접근해 암살하려 한다는 내용의 중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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