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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스트레스 받은 바비인형 “중국 떠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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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속속 짐을 싸고 있다. 이번에는 바비 인형(사진)을 만드는 미국의 완구업체 마텔(Mattel)이다. 미국 최대 홈인테리어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와 가전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이미 간판을 내렸다. 이는 중국의 상관행이나 소비자 선호에 적응하지 못하는 ‘차이나 스트레스’ 현상이라 할 만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하이 화이하이루에 있는 바비 하우스가 2년 만에 문을 닫는다고 8일 보도했다. 핑크빛 조명이 돋보였던 이 매장은 2009년 바비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설립된 것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마텔사는 전략의 변화를 철수 이유로 밝혔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지화 실패다.

 상하이 소재 차이나 마켓 리서치 그룹의 슈안 레인 이사는 “중국 소녀들은 헬로우 키티같이 귀여운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유명 스타일리스트인 패트리샤 필드가 디자인한 섹시한 스타일의 바비 의상은 중국 소녀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격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인식된 것도 바비 인형이 인기를 끌지 못했던 요인으로 꼽힌다.

 홈디포와 베스트바이, 바비 인형 등이 중국 시장에서 백기를 들고 나가는 데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최대의 가전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미국식 소매유통 판매를 고집하면서 가격부담이 커졌고,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국 토종업체로 몰려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홈디포도 중국 현지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판단에 최근 중국 내 매장을 철수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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