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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건강] “폐경 초기, 증상 심하면 뇌졸중 위험은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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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증상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폐경 시점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식은땀을 흘리면 심장병·뇌졸중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병원 에밀리 스즈밀로비치 박사팀은 대규모로 진행된 ‘여성건강조사(Women’s Health Initiative)’에 참여한 사람 중 폐경기가 지난 여성 6만27명을 10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폐경이 막 시작될 때 안면 홍조와 같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 여성은 증상이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폐경기 이후 또는 폐경 시작부터 계속 증상을 보이는 여성보다 혈관 질환 발병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심장병 위험성은 11%, 뇌졸중 발병률은 17%, 사망률은 11% 더 낮았다.

 그동안 폐경기 증상과 특정 질환의 위험 가능성을 분석한 논문은 많았다. 그러나 증상 초기와 관련된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번 논문은 폐경 증상이 언제 나타나는지, 얼마나 지속되는지 여부에 따라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폐경 증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혈관 질환을 우려해야 한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32% 더 높기 때문. 따라서 이 결과는 폐경 초 일시적인 증상에서만 신뢰할 수 있다.

 여성이 폐경에 이르면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도 줄어든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의 활동을 증가시키면서 심장병·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LDL은 혈액 속의 지질을 혈관 구석구석 운반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주요 물질이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 박성지 교수는 “여성은 폐경 후 LDL 수치가 30~49% 증가한다”며 “이 정도 수치는 폐경 후 여성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약 25% 높이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2010년 9월 대한폐경학회 가을학술대회 발표).

 부족해진 에스트로겐은 안면 홍조나 식은땀과 같은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호르몬 감소가 모세혈관에 영향을 끼쳐 불규칙적인 혈관 확장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폐경 여성 중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4명 중 3명 정도이며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폐경기(Menopaus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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