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친서' 업계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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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일본 등 선진 38개국과 같이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들어갈 경우 국내 경제가 받을 충격은 엄청나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84%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에너지 수급과 산업구조 체계의 전면 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년 6천5백20만탄소t(TC).97년 1억1천6백90만TC에서 오는 2010년에는 1억8천8백10만TC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맞물려 그만큼 기초화학. 철강. 운송. 시멘트. 석유화학 등 산업계 전반의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 감축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47%, 2015년 0.71%, 2020년엔 0.96%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이 낸 '기후변화협약과 한국경제' 보고서는 더 충격적이다.

보고서는 선진국과 같이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년 수준으로 동결할 경우 GDP는 1백16조원으로 96년 2백79조원의 절반도 안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 경제수준이 85년으로 후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 마련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이 첫 논의(92년)된 지 6년이 경과한 지난 98년에야 온실가스 배출원과 배출량에 대한 1차 국가보고서를 만드는 등 변변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7년 일본 교토(京都), 지난달 독일 본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간신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 중 멕시코와 함께 의무감축 압력을 벗기는 했지만 주먹구구식 논리로 일관해 선진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강윤영 박사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개편과 청정연료 개발, 에너지 효율 증가 등의 장기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정예모 박사는 "온실가스 발생원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에너지 소비억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측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자발적' 이면서 '비(非)구속적' 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할 뜻을 전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시기.규모 등을 놓고 미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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