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품목 뺏길라 ' 중소기업 조합들 속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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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연간 3조원이 넘는 규모의 '단체수의계약' 품목 지키기에 비상이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줄여 나간다' 는 정부 방침에 따라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산하의 전국 84개 중기 조합에 배정되고 있는 2백6개 품목 중 25%에 이르는 52개가 내년 1월 1일부터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산하 조합들로부터 '단체수의계약 품목 자율축소안' 을 받은 결과 84개 조합 전체가 '우리 것은 제외하면 안된다' 는 입장을 전해왔다. 심지어 더 늘려달라는 요청도 있어 중앙회로서는 강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합간 품목 고수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협중앙회는 물론 단체수의계약 품목을 최종 결정하는 중소기업청 등 정부를 상대로 로비도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도 단체수의계약 품목은 기협중앙회가 이달 중순까지 추천 품목을 정하면 중기청은 이를 검토한 뒤 이달말께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 엇갈리는 이해관계〓기계.금속.피복.상업용 조리기구.공예 조합 등 다수 품목을 갖고 있는 조합들은 '품목 수' 가 아닌 '금액' 기준으로 품목을 줄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한개 품목만을 갖고 있는 53개 조합은 "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되면 조합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제어반 조합, 프라스틱-합성수지 조합, 자동제어반-계량계측기 조합 등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품목이 비슷하기 때문으로, 이들은 '우리 것은 절대 못 줄인다' 는 강경한 입장이다. 또 올 중앙회 회원 조합으로 등록한 10여개 신규 조합은 '우리도 끼워달라' 고 중앙회에 요청, 기존 조합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곤혹스러워 하는 중앙회〓최근 기협중앙회 공제사업처는 조합 이사장들로 북적대고 있다."줄이는 대상에서 빼달라" 는 로비를 위해서다. 공제사업처의 한 관계자는 "하루 10여명의 이사장들이 찾아와 정상업무가 어려울 지경" 이라고 말했다.

중앙회측은 "조합간 합의가 어려운 만큼 강제 축소가 불가피하다" 며 조만간 축소 품목을 골라낸 뒤 남은 품목을 내년도 수의계약 대상으로 중기청에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협중앙회는 구체적 축소 기준은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10개 이상의 수의계약 품목을 갖고 있는 조합의 품목▶단체수의계약 운영규칙을 위반한 조합의 품목▶중소기업 경영에 영향이 적고 조합간 분쟁소지가 있는 품목 등을 우선 축소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 단체수의계약 제도란〓 '중소기업 진흥 및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정부조달 물량의 일정 부분을 중소기업 조합에 할당하는 제도. 조합은 다시 소속 조합원인 중소기업들에 배분한다. 64년 시작됐으며, 기협중앙회 산하 1백70여 조합 중 84개 조합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해왔으나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을 계기로 줄이는 쪽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은 것. 정부는 98년 2백58개를 기준으로 2001년까지 매년 52개씩 줄이기로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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