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 시장은 봄, 봄, 봄 … 미분양 줄고 집값 오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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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방의 주택시장이 바짝 달아올랐다. 견본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순위 내(1~3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부산 명지지구 두산위브포세이돈 아파트의 견본주택.


지방 주택시장이 달아올랐다. 주택거래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올라가고,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인 지방 주택시장은 올 들어서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달궈지고 있다. 선도 지역은 부산이다. 최근 분양된 명지지구 두산위브포세이돈과 당리동 당리푸르지오는 최고 8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2일부터 청약신청을 받는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 2차 견본주택은 매일 방문객들로 꽉 찬다.

기존 아파트값도 큰 폭으로 뛰고 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5%가 오른 부산 아파트값은 올 들어 4.2%나 급등했다. 한동안 공급이 워낙 적었던 게 원인으로 꼽힌다.

분양대행업체인 더감의 이기성 사장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 2~3년간 크게 줄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3~4년 전만 해도 ‘주택업체들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빴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새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거나 연기했다. 이에 따른 공급부족 현상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들뜬 분위기는 광주·대전·대구에서도 볼 수 있다. 공통점이라면 공급부족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8853가구가 입주했으나 올해는 6700여 가구, 내년엔 1700여 가구로 입주량이 확 줄어든다. 게다가 이곳은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셋값이 집값의 90%에 육박하고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세입자들이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광주시 북구 신용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GS건설의 이상국 분양소장은 “견본주택을 열지도 않았는데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잇따른다”고 전했다. 주택거래가 숨통을 트자 기존 아파트를 팔고 더 넓은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 박정덕 공인중개사는 “살던 집을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완지구에는 매물이 없어 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2억1000만원 선이던 수완 대방노블랜드 1단지 113㎡형(공급면적)이 최근 2억350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대구는 올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7325가구로 2008년 3만767가구의 4분의 1 정도다. 최근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도 공급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건설이 대구시 봉무동에 짓는 이시아폴리스(652가구)는 지난해 말 계약률이 85%였으나 현재 95%를 웃돈다. 또 지난해 하반기 대구시 유천동에서 선보인 AK그랑폴리스아파트(1881가구)는 올 들어서만 410가구가 팔려 65%의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는 지방 주택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롯데건설 마케팅팀 이상근 상무는 “수급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방 집값은 당분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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