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IMF 2년 성적표] 국내외 여건은 어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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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위기 초기의 경제안정 노력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홀로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위기극복이 쉬울 수 있었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나홀로 위기' 가 아니었다.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맞고 나서 연이어 위기를 맞음으로써 단독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가 '동시다발 위기' 라는 점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위기극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과거처럼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라는 압력을 오랫동안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IMF식의 긴축처방으로 아시아의 불황이 너무 심해지면 위기극복 능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고, 또 위기 전 십수년 동안 세계경제성장을 이끌어 오던 아시아의 불황이 선진국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점차 커졌기 때문이었다.

둘째, 위기극복을 향한 사회적 일체감이 비교적 강하게 또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위기발발과 정권교체가 동시에 일어나 위기극복 전과정을 통해 정치.사회적 안정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정치.사회적 안정은 또 한국 경제가 원래부터 쉽게 식고 빠르게 달아오르는 '냄비경제' 라는 점과 겹쳐 강하고 빠른 경제안정과 경기회복을 연출했다.

셋째, 위기후 금융.재벌.노동.공공부문 등 경제 전체에 걸친 개혁정책이 과감히 추진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의 위기극복을 용이하게 한 요인이다.

이에는 위기가 터지기 전 수년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 개혁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더구나 그 개혁정책들은 위기 직후 서슬이 퍼런 상황에서 IMF 금융지원의 전제조건이기도 했다. 개혁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이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기발발로 조성된 위기감이 개혁을 거역할 수 없는 사회적 합의로 시현된 것이 한국이 구조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위기극복 노력을 과감히, 심각한 반발 없이 추진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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