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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카다피 타도 세력에게 모든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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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6일(현지시간)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공항 대합실이 리비아를 떠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일주일 사이 약 10만 명이 리비아를 탈출했다. [트리폴리 로이터=연합뉴스]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리비아 사태가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최고지도자의 친위대와 반카다피 시민군 간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시민군은 자신들이 장악한 제2 도시 벵가지를 중심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카다피에게서 등을 돌린 정규군 세력까지 규합, 카다피의 마지막 보루인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친카다피 진영은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직접 나서 시민군에 ‘휴전’을 제의하는 등 불리해진 현 상황을 인정했다.

잘릴 전 법무(左), 카다피 차남 사이프(右)

일주일 전 카다피에 반대해 사임한 압델 잘릴 전 법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벵가지에서 시민군 세력을 규합한 과도정부가 구성된 사실을 밝혔다. 그는 AFP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과도정부는 3개월 뒤 치러질 새 지도자 선출 때까지만 유지될 것”이라며 “반카다피 시민군이 장악한 미스라타와 자위야 등 서부 도시 대표자와 군 인사들이 과도정부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정부 구성과 함께 시민군은 트리폴리 진격 계획도 밝혔다. 최근 반카다피 진영에 합류한 리비아군 아흐메드 가트라니 준장은 이날 “정규군 일부와 저항 세력으로 구성된 소규모 병력이 트리폴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트라니 준장은 벵가지에서 군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시민군의 트리폴리 진입과 리비아 완전 장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쿠데타나 정규군의 반란을 두려워한 카다피가 친위대와 용병들에게만 최신예 무기를 지급하고 정규군에게는 제대로 된 무기나 탄약을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다피 친위대는 트리폴리로 향하는 모든 도로를 통제하고 있으며 25일 금요기도회가 끝난 뒤 수천 명이 트리폴리에서 반카다피 시위를 벌였지만 친위대의 무차별 기관총 사격으로 사상자만 발생한 채 무력화됐다.

카다피는 25일 저녁 트리폴리 중심 녹색광장에 등장, 지지자들을 상대로 대중 연설을 나서 “그들(시민군)에게 복수하라”며 트리폴리가 여전히 자신의 세력 안에 있음을 과시했다. 이처럼 리비아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곳곳에서 교전이 이어졌다. 26일 새벽에는 트리폴리 인근 자위야의 정유시설 단지에서 총격전이 발생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자위야는 시민군이 장악하고 있지만 외곽지역은 친카다피 세력의 통제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다피 친위대의 탱크부대가 제3도시인 미스라타에 있는 공군기지를 시민군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25일 공격을 시작,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이날 카다피와 그의 자녀, 핵심 측근 등에 대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등을 골자로한 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 국무장관은 27일 “미국은 카다피 정권을 타도하려고 뭉친 시민군 세력에 어떤 종류의 도움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제네바에서 그는 유럽 주요국 외무장관, 아랍 지역과 아프리카 특사들을 만나 리비아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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