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설벽 1100m 눈사태와 낙석 쉴새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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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호 14면

김형일 대장이 오는 4월 도전하는 자누(7710m)는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히말라야 거벽 중 하나다. 네팔 칸첸중가(8586m) 산군에 속해 있으며, 도보 카라반을 10일이나 해야 베이스캠프에 도달할 수 있는 히말라야 오지 중 오지다. 자누(Jannu)라는 산 이름은 유럽의 등반가들이 붙인 것이며, 네팔인들은 쿰바카르나(Kumbhakarna)라고 부른다. 쿰바카르나는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으로, 6개월에 단 하루만 깨어나는 신이다.

김형일 대장 4월 자누 동벽 도전

신묘한 이름만큼이나 자누는 신비에 싸인 산이다. 자누 북벽과 동벽은 깎아지른 경사로 인해 ‘마의 벽’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장은 동벽에 도전한다. 눈이 쌓일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동벽의 길이는 1100m에 이른다. 벽 아래까지 진입하는 데만도 첩첩산중이다. 베이스캠프에서 벽 아래까지 무려 4㎞를 기어올라야 한다. 눈사태와 낙석이 쉴 새 없이 공격한다.
김형일 대장이 이끄는 자누동벽원정대(중앙일보·K2코리아 후원)는 알파인 스타일로 이 벽에 도전한다.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단번에 치고 올라가는 ‘원 푸시(One Push)’ 방식이다. 정영훈 K2코리아 대표도 베이스캠프까지 동행할 예정이다.

김 대장은 동벽 신 루트를 계획하고 있다. 정상에 오른다면 세계 초등 루트다. 동벽은 지금까지 등반 강국 슬로베니아의 등반가들이 다섯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곳이다. 1992년 사망사고가 났고, 93년에는 눈사태로 베이스캠프에서 옴짝달싹 못했다. 96년에는 등반 중 2명의 대원을 잃었다. 98, 2002년 역시 폭풍설과 눈사태로 패퇴했다. 다섯 번의 시도에서 가장 높이 오른 게 5400m다. 사실상 벽이 시작되는 6000m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것이다. 98년 원정대장 프랑크 가이섹은 “눈이 녹기 시작하는 봄·여름에 동벽에서는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눈사태가 수시로 일어난다”며 “차라리 겨울에 등반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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