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완주 대기록 도전…'전설' 그가 뛴다

미주중앙

입력

어바인 동달모 임무성 코치는 다음 달 열릴 LA마라톤대회에서 100회 완주 대기록에 도전한다. 지난 해 열린 롱비치 마라톤에 출전한 임 코치(오른쪽 끝)가 동달모 회원들을 격려하며 역주하고 있다.

전설은 오랜 세월 속에 깃든다.

이민역사가 짧은 미주 한인사회에 전설적 인물이 드문 이유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전설은 있다.

바로 LA남부 어바인시의 동네 달리기 모임(회장 에드워드 김.이하 어바인 동달모)에서 자원봉사 코치를 맡고 있는 임무성(61) 코치이다.

그는 다음 달 20일 열릴 LA 국제마라톤대회에서 개인 통산 100회 풀코스 마라톤 완주란 대기록에 도전한다. 올해가 마라톤을 시작한 지 28년째 되는 해이니 한 해에 세 차례 이상 풀코스를 완주해 온 셈이다.

임씨는 단순히 대회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1993년 LA마라톤 풀코스를 한인 가운데 최고 기록인 2시간 43분에 주파했고 2007년에도 55~59세 부문에 출전 3시간 3분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한 아마추어 마라톤계의 실력자이다.

하지만 임씨가 남가주 마라톤계에서 '전설'로 통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급성백혈병을 기적적으로 극복했고 걷기 조차 힘들었던 몸을 불굴의 의지로 추슬러 아스팔트로 돌아 온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각종 마라톤 대회는 물론 하와이와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 철인3종경기에도 참가하며 강철같은 체력을 자랑했던 그는 지난 2007년 6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한달 뒤 화학치료를 받은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그는 22일 동안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신체 기능은 서서히 마비됐고 마지막엔 간 기능마저 멎었다. 누나는 한국의 형제들을 불러 장례준비를 시작했다. 의사는 "소생 확률은 0.001%"라며 산소호흡기를 제거하자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반대했다.

결국 23일째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임씨는 입원 한달 반 만에 퇴원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어지간한 이는 후유증으로 며칠씩 자리에 눕게 된다는 화학치료를 받아가며 달리기 연습에 매진한 그는 결국 이듬 해 3월 LA 국제마라톤대회에 통산 18회 연속 출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정기검진에서 암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은 임씨는 "주치의가 '이건 기적이다. 당신 같은 사람은 100만명 중에 1명 나올까 말까'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임씨가 써내려 온 전설의 산 증인인 어바인 동달모 회원들은 LA마라톤에서 그의 100회 마라톤 출전을 축하하기 위한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김용식 어바인 동달모 홍보위원은 "남가주 한인 마라톤클럽에서 자원한 100명의 마라토너가 '100회 기념 배너'를 등에 달고 임 코치와 함께 뛰게 된다"며 "어바인 동달모에선 30~40명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마라톤이 끝난 뒤 피니시 라인에서 간단한 축하행사를 하고 오후 2시30분 부터 LA의 오대산(2889 W. Olympic Blvd) 식당에서 자축연을 연다. 이 행사엔 대회 출전 한인 마라토너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다.

임씨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이후 하루하루가 행복한 삶"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의: (949)387-8864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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