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사활(死活)의 귀재, 박정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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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원성진 9단 ●·박정환 9단

제13보(133~143)=어려운 사활을 한눈에 빠르게 보는 능력은 프로에겐 생존의 제1조라 할 수 있다. 박정환 9단은 초등학생 때부터 이 분야에 타고난 능력을 보였다고 그의 스승 권갑룡 7단은 말한다. “정환이는 아주 어려운 사활 문제를 쉽게 풀고 문제도 많이 만들었다. 그 분야에선 발군이었다.”

 133, 135로 진로를 막자 원성진 9단은 136으로 궁도를 넓힌다. 어떻게 잡으러 가느냐. 사는 방법에서 첫째는 궁도 넓히기. 잡는 방법도 첫째는 궁도 좁히기. 그러나 지금은 ‘참고도 1’처럼 흑1로 외곽에서 좁히는 것은 백2에 두기만 해도 쉽게 산다(흑A도 마찬가지). 쉽게 잡힐 돌이 아니구나 싶을 때 137의 코붙임 수가 등장했다. ‘참고도 2’ 백1로 잡아 달라는 뜻인데 그때 흑은 2, 4를 선수하고 6까지 기분 좋게 선수한 뒤 8로 나가게 된다. 이 진행은 흑A까지 선수여서 백은 완전 숨통이 막히게 된다. 137 같은 급소를 쉽게 찾는 것을 보면 박정환은 과연 사활의 귀재라 아니할 수 없다.

 137엔 좀 엉뚱한 듯 보이지만 138이 최선이다. 139로 둘 때 비로소 140 차단하는 것. 이 진행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도 2’보다는 월등히 좋다. 백의 노림은 B의 패고 그때는 많은 팻감이 필요하니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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