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스트바이’ 중국서 간판 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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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바이쓰마이(百思買)’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했던 미 최대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중국 매장. 23일 중국 언론은 이 업체가 진출 5년 만에 중국내 9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미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가 중국 진출 5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중국 언론들은 23일 “베스트바이가 중국에 개설한 9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베스트바이는 2006년 중국에 진출했다. ‘바이쓰마이(百思買)’라는 중국어 간판을 달고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항저우(杭州)·쑤저우(蘇州)에서 영업했다. 베스트바이는 22일 점포 폐쇄를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1000명의 직원에겐 약 2년치 급여를 몰아주기로 했다. 일종의 명예퇴직금이다.

 미 대형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식 소매유통 방식을 고집하면서 현지화에 실패했다. 쑤닝(蘇寧)·궈메이(國美) 등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은 매장을 가전 생산업체에 임대한 뒤 판매를 그 업체가 파견한 직원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토종 업체들은 임대료 수입뿐 아니라 제품 판매액의 일정 비율까지 이윤으로 챙겼다.

 반면 베스트바이는 제품을 가전 생산업체로부터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런 다음 매장에 직원을 고용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베스트바이의 방식은 원가 부담이 컸다. 제품 판매가 부진하면 재고 비용과 인건비 부담을 스스로 짊어져야 했다. 이것이 토종업체와 경쟁하기 힘든 이유였다.

 중국 토종업체에 비해 시장 진출이 늦었던 것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은 2005년에 이미 전국적인 판매망 구축을 마무리했다. 베스트바이는 그 이듬해에 중국시장에 진출했고, 2007년에야 첫 점포를 열었다. 점포 확장도 너무 느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5년간 겨우 9개 점포를 개설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미국식 관리 방식의 실패를 인정한 베스트바이는 2006년에 인수한 중국 업체 장쑤우싱(江蘇五星)전기를 통해 중국 토종식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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