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개헌특위장 선임싸고 한나라 또 분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23일 다시 한번 ‘사분오열 드라마’를 연출했다. 당내 개헌특위 위원장에 검사 출신 3선으로 친이명박계인 최병국(울산 남구갑) 의원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다.

 회의에서 최 의원 선임안을 내놓은 이는 같은 친이계인 안상수 대표였다. 하지만 그 카드가 제시되자마자 바로 반대의견이 쏟아졌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보다 중립적인 의원을 시키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고, 친박근혜계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최 의원은 당 중앙위의장인데 겸직을 시켜서야 되겠느냐”며 반대하고 나섰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최 의원도 훌륭한 법률가이지만, 개헌특위 위원장은 검사보단 판사 출신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이런 의견들이 나오자 최고위원들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위원장감을 찾아보자”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안 대표는 “내가 다 찾아봤다. 시킬 만한 사람이 없다. 시간도 없다”면서 최 의원 선임안을 밀어붙였다. 안 대표가 고집하는 바람에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정리됐지만, 최고위원들은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말 없이 나가버렸다. 안 대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 없겠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떠났다. 개헌 논의에 반대해온 정두언 최고위원은 안건 처리에 앞서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뜨면서 “나는 개헌 자체에 반대”라는 말을 남겼다. 결국 최 의원 선임안에 찬성한 선출직 최고위원은 홍준표 의원 한 명뿐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시로 불협화음이 표출되는 것과 관련해 당직자들 사이에선 “요즘 최고위원회의 풍경을 보면 한나라당이 왜 ‘딴나라당’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이해할 것 같다. 안 대표부터 계파에 치우치는 듯한 언행을 하니 다른 최고위원들이 그의 리더십을 수긍하고 따르겠느냐”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고문은 “그동안 뭘 하다가 지금 와서 개헌론을 꺼내는 거냐. 당에서조차 개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데 과연 개헌을 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지적을 했다 한다.

 한편 개헌특위원장직을 맡은 최병국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김을 빼려고 개헌을 하자는 게 아닌 만큼 (친박계와) 대립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