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일까요] 떼쓰고 잘 싸우는 세 살배기 커서도 마찬가지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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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린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좋지 않은 습관이 있을 때 듣게 되는 말이다. 부모는 자녀가 음식을 먹을 때나 말할 때, 심지어 잠잘 때도 좋은 습관을 들여주려고 애쓴다. 이렇게 해야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이 평생 간다는 말,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3세 유아와 20세 성인 뇌, 큰 차이 없어

덕성과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3~6살까지 발달해 이때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황정옥 기자]

여러 번 반복하는 사이 몸에 굳게 밴 행동이나 성질을 ‘버릇’이라고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어릴 때 자녀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잘못된 버릇이나 습관은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경계하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버릇은 언제부터 생기는 걸까. 이것은 뇌의 성장·발달과 관련이 있다. 엠베스트 장하나 과학 강사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조절하는 대뇌피질은 85%가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며 “이후 성장·발달 과정에서 교육이나 주변 환경의 자극에 의해 새로운 정보가 입력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릇이 생긴다는 것은 뇌에 특정한 버릇 프로그램이 입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뇌는 전두엽 → 측두엽 → 두정엽→ 후두엽 순서로 발달한다. 전두엽은 3~6세에 주로 발달하는데 이 부분은 도덕성과 인간성을 담당한다. 이 무렵에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생후 39개월 유아의 뇌와 20세 성인의 뇌는 큰 차이가 없었다. 뇌 세포와 세포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의 밀도(DTI)에서 39개월 유아의 뇌는 20살 성인의 뇌에 비해 83%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경다발의 방향성은 94.4% 일치했다. 이는 39개월 유아의 뇌가 형태적 완성도나 뇌 안의 신경전달망 발달 정도는 성인 수준과 거의 같다는 의미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교수는 “인간은 유아기에 이미 뇌의 상태가 거의 결정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아기에 받은 뇌 자극이 평생에 걸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 살은 뇌의 기본판이 만들어지는 시기라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어려서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인 숫자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 자기 통제력 낮으면 고혈압·비만 위험

세 살 때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는 성인이 돼도 그 성향이 남는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테리에 모핏 박사는 1972~73년 뉴질랜드에서 4월에 태어난 1000명을 조사해 세 살 때 행동과 30년 후 건강, 경제력, 범죄 기록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세 살 때 자기 통제력(친구와 다투거나 떼를 쓰는) 점수가 낮은 아이는 성인이 돼 고혈압·비만 등의 위험이 높았다. 술과 약에 의존하고, 카드 빚이 많거나 범죄율도 높았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유아기뿐 아니라 초등 시절의 성향도 어른이 돼 쉽게 변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와 오리건대학·오리건연구소 연구원들은 60년대 하와이주에 거주한 초등 1~6학년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지난해 8월 발표했다. 초등 시절 생활 태도나 성격 등이 40년 후에도 이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어려서 다른 사람과 대화하길 좋아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도 인간관계가 어려웠다. 자아 폄하가 심한 아이는 성인이 된 후 쉽게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스킨십으로 인성 담당하는 전두엽 발달시켜야

세 살 아이의 뇌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부모의 스킨십이다. 국민대 교육대학원 허영림 교수(유아교육과)는 “세 살 전후 부모와의 애착 관계는 정서적 안정감을 줘 훗날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자신감을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 형성에서 정서적인 안정과 신뢰감을 쌓게 된다. 부모와의 스킨십으로 만족감을 얻게 되면 정서와 도덕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된다. 이 때문에 유아기에는 지식교육보다 인성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부모가 정성과 사랑으로 시각·청각·촉각에 많은 자극을 줄수록 뇌가 바람직하게 성장한다”고 말했다. 뇌 세포를 골고루 자극해 뇌의 각 부분이 다양하게 발달할 수 있게끔 놀이교육을 하면 평생의 ‘두뇌력’을 키울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이 또래의 중요성을 훨씬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린 후 책상 정리를 하는 것까지 가르친다. 김 교수는 “어려서부터 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끔 기초교육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세 살 전후의 아이들은 공격적인 충동을 보이며 자기주장을 하기도 한다. 할 거면서 일단 ‘싫다’고 반항한다. 이때 부모가 애정을 바탕으로 한 훈육을 통해 자율성과 독립성, 충동 조절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옳고 그름,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허 교수는 “이 시기에 적절한 훈육이 이뤄지지 못한 아이는 나중에 여러 형태로 문제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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