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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오를 땐 상사·IT주 담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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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원유·비철금속·곡물 등 원자재 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1일(현지시간) 중동·북아프리카 국가의 민주화 시위 여파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과 함께 비철금속 값도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은 곡물 가격마저 상승세로 돌려놓았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14.1% 올라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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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총수입에서 원자재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도 원자재발 충격파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동 정정 불안과 두바이유 100달러 돌파는 건설·항공주의 급락을 몰고 왔다.

 22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건설업종이 중동 정정 불안으로 수주 우려가 증폭되면서 건설업지수는 전날보다 6.60% 내린 199.91로 장을 마감했다. GS건설(-5.71%), 대우건설(-6.78%), 현대건설(-9.74%) 등 주요 건설사 주가가 급락했다. 대한항공(-10.13%)과 아시아나항공(-10.30%)도 유가 급등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한국 기업은 원자재 값이 오르면 이익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기업이 가격 상승분을 모두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자재가 오르고 있을 때 유가증권 시장에서 현명한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원재료(원자재가 포함된 개념) 수입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종목을 권한다. 원재료에 투입되는 비용이 적다면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이익이 크게 줄지 않기 때문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원재료가 투입되지 않는 유통·서비스 업종을 제외하면 전기전자·제약·음식료 업종이 원재료 수입액이 매출액에 비해 매우 적은 업종”이라고 말했다.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업종도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이 비율은 한 단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를 뜻하기 때문에 이 비율이 낮은 기업은 수익성이 좋은 경우가 많다. 박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지난해 2분기보다 4분기에 매출원가율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전기전자·운송장비·기계 등 수출 관련 업종과 보험 업종이 과거 상대적 강세였다. 수출주가 강세를 보인 것은 그동안 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나란히 올랐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보험업종도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상사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물가가 오를 때는 비철금속과 유통 부문이 내성에 강하다. 비철금속 부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바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상사 업종이 비철금속과 유통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사는 1980~90년대 고도성장기에 대기업 내에서 성장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과다한 사업확장의 폐해가 나타나면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 뒤 상사는 유통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 나섰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상사는 80년대부터 해외자원개발에 나서 2000년대 후반부터는 혜택을 누렸다”며 “실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던 2007년 일본의 주요 상사 주가는 시장평균보다 12~38%포인트 더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상사는 이제 자원개발 단계에서 이익이 가시화하는 시점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 투자심리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3개월 만에 20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날보다 1.55포인트(8.25%) 오른 20.33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일(21.7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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