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NEY KESSEL 〈The Poll Winner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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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의 아버지 찰리 크리스찬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그랜트 그린의 65년작이다. 그의 연주에는 언제나 블루스 필이 가득하고 흑인만의 펑키함과 그루브한 느낌이 담겨져 있다.

60년대 블루노트사에는 펑키한 성향을 띄는 연주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연주자가 바로 그랜트 그린이다. 본 앨범은 블루노트에서 잠깐 버브로 옮겨 발표한 앨범이다. 62년 미국의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 비평가 선정 신인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다. 그린은 웨스 몽고메리가 즐겨 사용하는 옥타브 주법을 자제하고 싱글노트
라인을 주로 사용한 연주자이며, 그루브 하면서도 깔끔한 연주를 들려 주는 연주자이다. 특히 본 앨범도 그렇지만 그린은 오르간과 협연을 많이 하였는데 그 시대의 유행이기도 하겠지만 리듬, 멜로디, 베이스를 커버하는 오르간은 그린과 무척 잘 어울리는 악기이다.

오르간의 존 콜트레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래리 영은 동시대에 활약한 지미 맥그리프, 잭 맥더프, 지미 스미스, 존 패튼, 로니 스미스 등과 같이 끓어 오르는 오르간 소리를 재즈 매니아 가슴 속에 각인 시킨 인물이다.

요즘들어 70~80년대 통기타 음악을 방송에서 자주 듣게 되는데 그 시대에 학창 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어른(?)이 된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통기타 음악은 충분하다고 본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니 90년 초에 유행하기 시작한 애시드 음악이 60년대 절정을 이룬 소울재즈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린의 곡인 'The Selma March'가 스타트를 끊는데, 헤롤드 빅크의 펑키한 테너와 그린의 기타가 유니즌을 이루며 흥겹게 연주된다. 실수이겠지만 30초 경에 빅크의 실수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 왠지 자연스럽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앨범 전체에 흐르는 캔디도 카메로의 퍼커션 연주가 아프로 쿠반 사운드를 내는데 디지 길레스피와 함께 하기도 한 그의 리듬감각이 전해져 온다.

10분 동안 연주되는 'Willow Weep For Me'에서는 그린보다 레리 영의 오르간 연주가 눈에 더 띈다. 지미 스미스 보다 대중들에게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실력파 연주인들과 협연을 많이한 연주자이다. 특히 토니 월리암스, 존 맥너플린과 함께 한 연주는 꼭 들어봐야 할 문제작이다. 오르간은 소리의 깊이와 톤의 고저를 다른 악기보다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데 이런 특징이 잘 들어 나 있다. 래리 영과 그린은 상대방이 솔로를 할때 절제된 백킹으로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신경을 쓰는 섬세함도 보여 준다.

재미난 곡인 'The Cantaloupe Woman'이 이어진다. 리 모간의 최고 히트작 'The Sidewinder'과 허비 행콕의 'Watermelon Man'이 교묘히 퓨전된 곡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약간은 오버하는 듯한 연주를 보여주는 빅크가 다음 곡인 'That Lucky Old Sun'에서는 악기를 플루트로 바꾸어 약간은 조심스럽게 연주한다. 보사노바 리듬에 셔플 템포가 섞여 있어 여름 해변가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그랜트 그린의 연주에서 재즈의 매력은 다양함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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