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패스트2011 ⑤ SM엔터테인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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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대표 한류스타 ‘소녀시대’. SM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02년 보아, 2004년 동방신기, 2010년 소녀시대…. 한류의 간판 얼굴들이다. 이들을 해외 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출시킨 기업이 있다. 바로 SM엔터테인먼트다. 한류의 산실이자 보고다. 이 회사 김영민(41·사진) 사장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만의 360도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199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해 현재 자본금 80억원의 국내 최대 기획사로 컸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682억원을 넘어섰다. 이 중 해외 총매출액은 393억원으로 국내 매출을 웃돈다. 내수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반면 해외 시장에서 181.8% 성장했다.

 ‘행운’이라 쉽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360도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한국 연예 기획사 특유의 사업 모델 덕분이란 것이다.

 360도 비즈니스란 캐스팅과 트레이닝, 프로듀싱을 거쳐 매니지먼트까지 한 기획사에서 원스톱으로 총괄하는 시스템이다. 글로벌 오디션과 온라인 오디션 등을 통해 스타를 발굴하고 노래부터 연기·안무·작곡·외국어까지 교육시킨다. 이어 스타에게 맞는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하고, 광고와 콘서트·영화·뮤지컬 등에 출연시키기까지 모든 역할을 이 회사가 담당한다. 이에 대해 김영민 사장은 “원석에서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가장 좋은 원석을 고른 뒤 가장 좋은 디자인을 입혀 가장 잘 팔리는 시장에 내놓는 것이 우리의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총감독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게 바로 프로듀서다. 이 회사의 대표 프로듀서가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이수만 프로듀서다. 김 사장은 “프로듀싱은 시장의 모든 것을 조합해 시장에 내놓는 것을 말한다”며 “시장에 맞춰서 내기보다 시장을 파악해서 앞서 나가는 크리에이티브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여느 생산 기업과 다름 없이 연구개발(R&D) 역량이 필수다. 김 사장은 “타이밍이 오기 전에 늘 스탠바이(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SM엔터테인먼트는 연간 20억~40억원을 R&D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선투자를 통해 이 회사는 시장이 요구하는 스타를 미리 발굴해 육성할 수 있었다.

 “전 세계 레코드 회사가 망해 가는 것은 새로운 상품의 개발 속도보다 시장의 몰락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새로운 스타 발굴에 소홀했는데 당장 시장이 요구하는 스타를 찾다 보니 소녀시대가 눈에 들어온 겁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제2, 제3의 소녀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오디션과 트레이닝(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열심히 모은 돈으로 무차입 경영을 하고 3~5년 후 뜰 만한 신인들을 지금도 키우고 있다”며 “이를 통해 회사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기업’으로 보지 않는 국내의 문화는 풀어야 할 숙제다. 2000년도에 기업 공개를 하면서 투명성을 개선했지만 아직 ‘연예인’과 ‘기획사’를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법대 들어간 사람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나중에 회사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고, 연예인이 장기 계약 맺으면 노예 계약으로 보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모델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벤치마킹하려는 모델”이라며 “스타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어 조직적으로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적인 스타의 인기로만 시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산업 환경 자체를 개선해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시장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이 더 강화되면 됐지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의 저작권법이 정비되면 매출이 10배, 20배로 올라가면서 시장의 가치가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것”이라고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빠뜨리지 않았다.

 실제 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해외 로열티다. 음반 판매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지만 해외 로열티 부문에선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김 사장의 목표는 아시아 시장이 단일 시장화하면서 그 속에서 1등 사업자로 떠오르는 것이라 했다. 연간 순이익 1000억원이란 목표도 세웠다. 그는 “국내 시장은 작지만 해외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의 선두에는 ‘케이팝(K-pop)이 있다.

 “우리나라 가수가 불러서 케이팝인 것이 아니라 한국의 프로듀싱을 입혀서 케이팝입니다. 다른 나라 가수가 부르더라도 로열티는 우리 것이 됩니다. 해외 각 지역 아티스트에 한국의 컬처 테크놀로지(CT)를 입히는 것이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예계 지망생들에게 한마디 했다. “영속적 스타이자 대스타가 된 사람은 예술적 감각도 있지만 상당히 공부를 잘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에 얼마나 더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족과 부모한테 통장 맡기는 애들이 더 오래 간다.”

특별 취재팀=김준현 차장, 최현철·하현옥·한애란·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해외 거대 자본 대응 위해 M&A로 몸집 키워라

딜로이트의 지면 컨설팅

김이기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 디지털 음원시장이 성장하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진출로 수익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 대표주자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순기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도 전체 영업이익의 두 배에 달한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이지만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적용할 효과적인 전략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연예인 육성 및 운영, 신곡 확보, 현지화 및 지역집중 전략 등은 별반 흠 잡을 곳이 없다. 다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의 시장 및 경쟁 지형에 부합하는 성장 및 경쟁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시장은 사실상 글로벌 거대기업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었다. 이는 이미 성숙한 대규모 시장을 보유한 일본과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중국 시장 사이에 끼어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일종의 방패막이였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이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해외 거대 자본의 현지화 전략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외 기업 간 M&A를 통해 경쟁에 필요한 규모와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지속적 혁신을 통해서만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급변하는 대중의 기호에 따라 업계의 판도가 갈리는 대중문화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대중문화의 시대적 흐름을 감지하고 이를 선도하는 혁신가의 존재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이 회사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이수만이라는 탁월한 혁신가가 자리하고 있다. 감각적인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 등으로 대표되는 ‘이수만 표’ 문화 콘텐트가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회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의 문화DNA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해 장기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지만 관리를 강화하다 보면 기업운영의 유연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적절한 관리와 유연성 모두 놓쳐서는 안 된다. 몸집이 크지만 유연한 선수들이 격투기 경기의 승자가 된다는 사실을 새길 필요가 있다.

 조직이 경직되면 작은 몸집으로 기민하게 시장을 치고 들어오는 후발주자에게 패할 위험이 커진다. 사업부 단위로 조직을 운영하되 필요에 따라 가상 조직을 두고 부문 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해 태스크포스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성과관리, 리스크 관리, 수익성 관리, 재무 보고, 인사관리 등 경영관리 체계를 선진화하고 이를 시스템화해 국내외 확장 시 신속하게 적용해야 한다.

●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전략을 실행하라.

● 이수만급 혁신가를 양성하라

● 유연한 조직 및 경영관리체계를 구축하라

김이기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이노패스트’는 혁신(Innovation)을 바탕으로 고성장(Fast-Growing)하고 있는 기업을 가리킵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기업들입니다. 제2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로 진화할 수 있는 기업입니다. 중앙일보는 2009년에 이어 올해 10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들에 대한 딜로이트의 전문적인 컨설팅을 곁들임으로써 기업가 정신이 기업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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