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백혈병 애니를 도와 주세요"

미주중앙

입력

희귀 백혈병(APML)에 걸린 애니 이양이 의식을 잃은 채 17일 뉴저지주 패터슨 세인트조셉스병원 어린이 병동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어머니 유명옥씨가 이양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뉴저지주 레오니아에 사는 이재병(49)씨는 지난 4일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둘째 딸 애니(17·한국이름 민경)가 희귀 백혈병인 APML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12학년인 애니는 레오니아 고교 수영과 배구팀에서 활약하는 등 평소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이씨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전날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를 조퇴했는데 퇴근 후 가보니 얼굴이 붓고 눈과 손·다리 등에 멍이 들어 있었어요. 걱정이 돼 다음날 응급실에 갔는데 백혈병 진단을 받은 거죠. 감기 한 번 안 걸리던 아이가 희귀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APML은 다른 백혈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몸에 출혈을 동반한다. 백혈병 가운데서도 희귀한 병으로 의학계는 보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며칠 후 뇌에서 출혈이 일어났다. 병원 측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수술 결정을 내렸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의사는 이씨에게 “수술을 하러 들어가면 다시는 못 볼 수 있고, 수술을 얼마나 오래 할지도 모른다"고까지 말했다.

다행히 수술은 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애니는 두개골을 절개해 모두 드러낸 뒤 출혈 부위를 수술했다. 하지만 2주일이 넘도록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 애니가 입원해 있는 뉴저지주 패터슨의 세인트조셉스병원 어린이 병동 중환자실. 2주일 동안 잠만 자고 있는 애니를 보며 어머니 유명옥(42)씨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 고통스러워 하는 애니를 보며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한다’고 했더니 애니가 ‘아니야, 하나님이 날 더 사랑하셔서 나를 아프게 하셨고 내가 엄마보다 건강하니까 더 빨리 나을 거야’고 말했다. 일어나더라도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참던 눈물을 터뜨렸다.

병원 측은 애니가 곧 깨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뇌 기능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백혈병 또한 최소 2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애니 가족의 또 다른 걱정은 병원비다. 보험이 없어 40만~50만 달러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버지 이씨가 자동차 정비업체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데,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현재 병원 측은 주정부 제공 보험인 패밀리 케어 등의 가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레오니아 고교도 애니 돕기에 나섰다. 학교 측은 ‘팀 애니’를 조직해 티셔츠와 팔찌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기금을 모금 중이다. 특히 18일을 ‘애니의 날’로 정하고 레오니아 도서관에서 기금 모금 행사를 벌인다. 은행 계좌도 만들어 후원금을 접수하고 있다. 성금은 LHS/Anny Lee Acount, Attn:ED Bertolini 100 Christie Heights St. Leonia, NJ 07605로 보내면 된다.

최용식 레오니아 시의원도 “애니의 소식을 듣고 의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백혈병 애니양 돕기, 레오니아 타운 흔들었다

뉴저지주 레오니아 고교와 타운은 희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한인 12학년생 애니 이양의 쾌유를 빌고 병원비 마련을 돕기 위해 18일을 '애니의 날' 로 정해 캠페인을 벌였다. 레오니아 고교 학생과 교직원 200여 명이 백혈병 퇴치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고 학교 강당에 모여 '힘을 내라' 는 의미로 손을 흔들고 있다. 강이종행 기자

건강했던 애니의 모습. [사진=가족제공]

인구 9000명의 뉴저지주 작은 타운 레오니아가 18일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이날은 희귀 백혈병 APML 진단을 받은 후 뇌수술을 받고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애니 이(17·한국이름 민경)양을 후원하기 위해 레오니아 고교가 정한 ‘애니의 날’. 타운 측도 동참한 가운데 학생들과 주민들이 백혈병 퇴치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리본을 달거나 옷을 입었다.

레오니아 고교 학생과 교직원 20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 애니를 후원하기 위해 만든 오랜지색 티셔츠를 입고 강당에 모였다. 단체 사진을 찍어 애니에게 보내기 위함이었다.

티셔츠 앞에는 후원 프로젝트명 ‘팀 애니’, 뒤에는 ‘힘내라(Stay Strong)’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모두 20달러씩을 내고 티셔츠를 구입했다.

10학년 유리 히구치양은 “애니를 잘 알지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티셔츠를 샀다”고 밝혔다.

이날 기금 모금 운동은 전방위로 이뤄졌다. 20여 명의 학생들은 레오니아 도서관과 레오니아 초등학교, 레오니아 고교 강당에서 열린 레슬링 대회 등에서 오렌지색 팔찌와 리본 등을 팔았다.

'팀 애니'의 주축 가운데 한 명인 애나 주양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친구들이 모두 모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며 성금을 모은 함을 흔들어 보였다.

학교 측에 따르면 캠페인이 시작된 지 1주일여 만에 1만1000달러가 모였다. 600여 장의 티셔츠도 3일 만에 동이 나 400장을 더 주문했다.

에드 버톨리니 교장은 “애니를 돕기 위해 인근 에지워터 학군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버톨리니 교장은 3월 25일과 5월 6일을 2, 3차 애니의 날로 정하고 모금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니의 아버지 이재병씨는 “고맙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면서 “여러분의 마음이 모아져 애니가 빨리 일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니는 지난 4일 희귀 백혈병인 APML 진단을 받았다. 출혈을 동반하는 이 병으로 인해 애니는 뇌출혈을 일으켰고 뇌수술을 받은 후 10여일이 지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성금 보낼 곳: LHS/Anny Lee Acount, Attn:ED Bertolini 100 Christie Heights St. Leonia, NJ 07605.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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