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토마토 통조림 500g당 파리알 10개 정도는 들어간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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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제프 스위머 지음
조슈아 아바바넬 사진
유자화 옮김, 함께읽는책
188쪽, 1만1000원

‘초콜릿 100그램당 곤충 몸 조각 60개 또는 설치류 털 1개, 무화과 페이스트 100그램당 곤충 머리 13개, 토마토 통조림 500그램당 파리알 10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비위 상하는 이 문장은 실은 미국 식약청(FDA)이 발간한 ‘식품 결함수준’이라는 보고서의 일부다. 식품에 섞인 이 정도 ‘불순물’은 인체에 무해하며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굳이 규제할 필요도 없다는 내용이다.

 몇 년 전부터 빈대가 창궐한 뉴욕은 빈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엔 집이나 사무실에 빈대가 발견됐다고 신고한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섰다. 유엔본부·블루밍데일스백화점·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 지난해 말엔 맨해튼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빈대가 출몰해 피해를 본 투숙객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대인은 항상 곤충들과 어울려 살고있으며 우리 삶에서 그들을 내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빈대·이·파리·바퀴벌레 ·개미·집먼지 진드기 등 집안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우리 살갗을 누비고 다니는 곤충들이다. 책은 우리와 일상을 공유하는 곤충의 세계를 다뤘다.

 저자는 “베개와 이불, 소파, 부엌 찬장, 우리 속눈썹과 바지 속에도 살고 있는 곤충들의 삶을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곤충들의 일상을 낱낱이 알려준다. 이들의 짝짓기, 탄생, 성장, 기호, 퇴치법을 재미나게 풀어냈다. 인간의 역사와 문학에 기술된 곤충의 모습도 담았다. 빈대는 깨끗한 집을 선호한다든가 바퀴벌레는 영하 10도 아래의 기온에선 살지 못한다는 등 그동안 몰랐던 특이하고 재미있는 곤충들의 습성에도 눈길이 간다. 곤충에 대한 생물학적 고찰을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문체로 풀어내 쉽게 읽힌다. 여기에 실제 촬영한 확대 현미경 사진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 ‘불편한 동거자’에 연민이 생겨난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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