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린 고분서 보드 탄 남성…처벌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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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봉황대에 4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보드복장을 갖춘 채 "보드를 타겠다"며 유적을 밟고 올라가는 사진.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한 고분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다 ‘적발’된 남성이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경주 왕릉 위에서 보드 탄 무개념’이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 3장이 올라왔다. 한 남성이 눈보라를 헤치며 보드를 갖고 고분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다. 사진의 장소는 노동동에 있는 경주노동리고분군의 신라시대 고분으로 사적 38호로 지정돼 있다. 규모는 지름 82m, 높이 22m로 왕가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네티즌 ‘bra****’는 “봉황대(고분)에 보드 복장까지 갖추어서 보드 타겠다고 올라가던 사람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당장 내려오라고 했다”며 “‘애들이 보면 뭘 배우겠느냐’라고 했더니 보드를 내동댕이치며 ‘올라가서 미안하지만 말이 심하지 않느냐’면서 시비를 걸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려올 땐 엉금엉금 기어 내려오는 척하다가 결국 보드에 몸을 얹고 썰매 타듯이 내려왔는데, 더 가관인 건 친구가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라며 “그 사람은 자기 조상님 무덤에서 누가 눈썰매를 타도 같이 타려는지…”라고 씁쓸함을 나타냈다. 그는 “국가지정 사적은 국보급에 해당하는데 문화재 관리원 등의 관리가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이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차량 번호화 함께 문화재청에 민원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을 본 네티즌도 “당신 부모 무덤 위에서도 보드를 탈것이냐” “이렇게 문화재가 허술하게 관리될 수 있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단속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무섭다” “상신 선을 넘었다”는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문화재청은 네티즌 ‘bra****’의 민원을 경주시청에 이관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경주시 사적관리사무소측은 “폭설이 온 날 관리원들이 제설작업을 나갔을 때 벌어진 일로 보인다”며 “명확한 훼손 행위가 없기 때문에 문화재 보호법에 따른 처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무소 측은 “그러나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순찰ㆍ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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