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30불 돌파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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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외신종합, 최형규 기자]이라크가 석유수출 중단을 선언하자 이에 자극,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에선 유가가 연내 배럴당 3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회복세를 보여오던 세계경제에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라크는 22일 식량.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의 구입을 위한 석유수출을 경제제재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해 주는 '석유.식량 연계프로그램' 을 2주간 연장키로 한 유엔 안보리 조치에 반발, 터키의 제이한항(港)을 통한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고 유엔이 발표했다.

프레드 에카르트 유엔 대변인은 이날 "이라크가 터키의 제이한항을 통해 수출해온 키르쿠즈 유전을 봉쇄했으며 23일 미나~알~바크르항 수출분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유엔의 발표 직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약 1달러 오른 배럴당 27.07달러에 마감돼 27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91년 1월 걸프전 이후 최고치다.

국제석유전문가들은 이라크의 금수조치가 계속될 경우 심리적 파장까지 겹쳐 연말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 "이라크의 조치는 유엔 결의를 정면 거부하는 것으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술수" 라고 비난한 뒤' "금수조치를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19일 기존 6개월 단위로 연장해 오던 석유.식량 연계프로그램을 이번에는 2주간만 연장 허용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나 유엔은 이번 결의가 이라크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재수립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동안의 임시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지난 수주 동안 미나~알~바크르항을 통해 하루평균 1백19만배럴, 제이한항을 통해 91만4천7백68배럴의 원유를 각각 수출해 왔다. 이는 하루 세계 석유거래량의 5%를 차지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라크의 석유 수출 일시중단 등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비축석유 방출 등 단기 대응책을 고려하지 않는 대신 에너지 절약대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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