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나마 운하와 경쟁할 ‘드라이운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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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가 중국을 끌어들여 파나마 운하에 도전장을 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4일 중국과 콜롬비아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철도로 연결하는, 일명 ‘드라이 운하(dry canal)’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콜롬비아 대통령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운하 건설 계획을 언급하며 “중국과의 협상이 꽤 진전된 상태이고, 중국 측이 t당 운송비용과 건설비용을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의 쿠피카와 대서양 연안 도시 우라바를 잇는 총 220㎞ 구간에 철도를 건설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양국은 이 철도를 태평양에서 싣고 온 중국 제품을 콜롬비아에서 재조립해 북미 대륙에 수출하는 용도로 쓸 예정이다. 콜롬비아산 천연자원을 중국에 수출할 때도 사용된다.

 특히 콜롬비아에선 중국개발은행이 76억 달러(약 8조600억원)의 자금을 대고 중국철도공사가 주관하는 총 연장 791㎞의 철도 가설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면 대서양의 산타마르타와 수도 보고타, 태평양의 부에나벤투라 항구를 잇는 횡단 철도망이 구축된다.

 이 같은 드라이 운하 건설 프로젝트는 중국과 콜롬비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추진되고 있다. 콜롬비아는 오래전부터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운송로 구축을 모색해왔다. 산토스 정부는 낙후된 교통 인프라 개선을 정책 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또 중국과의 협력은 미 의회가 비준을 늦추고 있는 미국·콜롬비아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압박카드로도 활용되고 있다.

 중국 역시 콜롬비아를 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가오정웨(高正月·고정월) 주콜롬비아 중국대사는 “콜롬비아는 남미 국가로 들어가는 입구로 중국의 전략지역”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5위의 석탄 생산국인 콜롬비아 석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과 콜롬비아 간 무역 규모는 1980년 1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0억 달러로 30년 사이에 500배 증가했다.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은 콜롬비아 제2의 무역상대국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확대에 대해 "과장된 전망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당히 의미 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드라이 운하가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착공 시기나, 비용 분담 등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 수송이 선박 운송보다 수송 단가가 높고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양이 적다는 단점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가 끝나면 경쟁력은 더 낮아질 수 있다. FT는 “파나마 운하가 개설되기 59년 전인 1855년 파나마 해협에 먼저 철도가 개설됐지만 결국 파나마 운하에 자리를 내줬다”며 “드라이 운하의 성공은 운송비용을 얼마나 절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호·남형석 기자

◆드라이 운하(dry canal)=일반적으로 운하는 선박을 운행하거나 농작지의 배수 등을 위해 만든 인공 수로를 말한다. 하지만 바다와 바다 사이의 육지를 철도나 도로로 연결해 물류 전달 통로로 쓰는 경우 이를 ‘육지 운하’라는 의미의 드라이(dry, 말랐다는 뜻) 운하로 부르기도 한다. 주로 수에즈·파나마 운하 인근 국가들이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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