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부(3학년 7반) 교사가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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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한 줄기 따뜻한 햇살도 마냥 반가웠을 정도로 길고도 추웠던 겨울이 어느덧 끝나가고 새로운 봄을 살포시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추웠던 겨울에도 미덕이 있다면, 바깥 활동이 적어진 까닭에 책 읽을 시간이 늘어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 겨울에는 유난히 따뜻한 글이 많아서 마음이 한껏 훈훈해졌는데, 한비야가 쓴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늦깎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도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대학 동기였던 ‘아저씨’가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대학 동기임에도 ‘아저씨’라고 부른 까닭은 비록 입학은 같이 했지만 입학했을 때 이미 서른을 넘겼던 까닭에 ‘형’이라는 호칭보다 ‘아저씨’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물론, 우겨서 혹은 정이 들어서 졸업할 무렵에는 형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색할 따름이었다.

 아저씨는 비록 동기들과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났지만, 우리보다 더 열심히 대학 생활을 즐기고,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마냥 신기하고 멋져 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막상 아저씨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나이가 되고 보니, 서른이 넘은 나이에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그것도 대학교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용기였음을 깨닫게 됐다. 아마도 그 용기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꿈을 갖고 있는 힘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김수영은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를 통해 중학교를 중퇴하고 지방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골든벨을 울리고, 명문대에 진학했으며 세계 매출 1위 기업인 로열더치쉘 영국 본사에서 매니저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꿈’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꿈’이 대단하고 거창한 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박하고 풋풋한 꿈도 참 많다.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침없고 위대한 행동과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 결심을 3일을 넘기지 못하기 일쑤다. 옛말에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변명이 보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어떠한 ‘방법’도 찾을 수 있고, 그 ‘결심’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학교에서도 지각을 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에 오기 싫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친구들과 놀이동산에 가기 위해서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일찍 잠에서 깨지만 다음 날 숙제 검사나 발표를 해야 하는 날이면, 아프지 않던 배도 살살 아프기 마련인 것이다.

 스스로 알을 깨면 한 마리의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주면 계란 부침이 된다. 우리의 삶은 두려움 없이 부딪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나눠주는 법이다. 지금 용기를 내보자.

 풋풋하고 생기 있는 봄을 맞이하는 지금,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새롭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든, 한 학년 진급하든 아직은 늦지 않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오늘 두려움 없이 부딪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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