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뒤라도 판사.변호사 골프 치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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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A판사는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B변호사와 골프를 쳤다. B변호사가 맡은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린 후였다. B변호사는 해당 골프장의 회원권을 갖고 있었고, A판사는 본인 몫의 그린피를 냈다.

 A판사의 행동엔 문제가 없는 것일까. 법원행정처는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법관윤리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원행정처가 펴낸 『법관윤리』에 따르면 ‘향응’에는 음식물·주류뿐 아니라 골프 접대도 포함된다. 골프 비용을 각자 부담하더라도 예약 자체에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A판사의 골프 약속 또한 향응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이 끝난 뒤라도 직무 관련자였던 변호사와 골프를 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봤다.

 『법관윤리』는 판사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판사의 친구인 변호사가 개업했을 경우 자신의 소속과 직위가 적힌 화환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변호사가 법원의 공신력을 부여받은 것으로 의뢰인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관이 경조사를 치를 때 받을 수 있는 부조금 한도는 5만원으로 제한했다. 재판 중인 사건의 변호사에게는 자신의 경조사 사실을 알려줘서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경조사 때도 5만원이 넘는 돈이나 화환을 보낼 수 없다. 다만 법원장이 보내는 화환 가격은 5만원 이상이어도 된다고 책자는 설명했다.

 ‘전관예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방안도 실렸다. 동료 판사이던 변호사가 형사사건의 변호인으로 출석할 경우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면 재판장이 이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법복을 벗은 지 1년이 안 된 변호사가 맡은 형사 사건은 해당 변호사와 6개월 이상 함께 근무했던 재판장에게 맡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사법의 투명성·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따라 새로운 행동 준칙 마련이 필요했다”며 “국민의 사법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 판사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는

 ● 판결이 끝난 뒤 해당 사건 변호사와 골프를 치는 것

 ● 이직을 고려하는 판사가 해당 로펌의 사건을 재판하는 것

 ● 변호사 개업식에 자신의 소속·지위가 적힌 축하 화분을 보내는 것

■‘전관예우’ 논란 피하려면

 Q : 동료 판사가 퇴직 후 자신이 맡은 재판에 변호인으로 올 경우

 A : 재판장이 법원에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옮겨 달라”고 요구해야 함

 Q : 변호사 출신 판사가 과거 근무했던 로펌의 사건을 맡게 될 경우

 A : 로펌에서 나온 지 3년이 안 됐다면 해당 사건을 맡을 수 없음

자료 : 법원행정처 『법관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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