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세 안정대책, 성패는 빠른 실행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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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어제 또 ‘전월세 안정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13일 대책을 발표했지만 전셋값 폭등세가 진정되지 않아서다. 어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다. 전세자금 지원을 늘리고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민간 부문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내놓았다.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더 주고, 임대주택 건설업체에는 자금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어제 대책으로 사실상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책 발표 후에도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내놓을 게 별로 없다. 어제 대책에 전셋값 안정 여부가 달려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제 발표로 전셋값이 안정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정책의 실행 시기(時期)다. 어제 대책의 핵심은 각종 세제 지원의 강화다. 하지만 이는 법과 시행령을 고쳐야만 가능하다. 정부는 시행령은 다음 달에 고치고, 법은 4월 임시국회 때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더 이상 앞당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시기가 이렇게 늦어진다면 뒷북 칠 우려가 다분하다. 정부는 좀 더 서두를 수 없는지, 경과 규정은 가능한지 등을 검토하길 당부한다. 특히 임대사업자의 요건 완화는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것만이라도 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 있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대책이 미봉책이란 점이다. 설령 이번 대책이 전세 안정 효과를 거둔다고 할지라도 주택 임대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전세 전쟁(戰爭)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우리도 외국처럼 임대시스템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어가고 있다. 종전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고, 금리가 높아 집을 사서 전세 놓을 유인이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조건이 무너졌다. 그만큼 전세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월세 시스템으로의 연착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근본대책도 같이 검토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