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 대남 비난 접고 진지한 대화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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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남북 군사 실무회담장을 박차고 나간 직후부터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은 10일 북한군 대표단 명의의 ‘공보’를 발표하고 이 내용을 TV와 라디오를 통해 10여 차례 되풀이 방송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도 대남 비방 논평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5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의 무조건 개최를 요구한 이래 모든 대남 비난을 중단하고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선전에 몰두해왔던 북한이 한순간에 태도를 표변한 것이다.

 이번 실무회담 결렬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회담 제의 자체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적당한 선에서 무마해보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할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회담 내용을 세세하게 공개하면서 결렬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데 몰두하는 행태는 처음부터 그런 속내를 가지고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중국과 미국을 향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남측 정부라고 강변함으로써 한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6자회담을 재개할 명분을 쌓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북한은 많은 것을 계산할 것이다.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 다시 한번 남북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분명한 사과 의사 없이 벌이는 대화 시늉은 이번처럼 헛수고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부가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취할 선택은 다시 강경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과거 북한의 행동방식은 이 같은 틀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북한에 남아 있는 강경 카드는 거의 없다. 여러 차례 써먹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은 주변국의 압박만 촉발할 것이다. 대남 무력도발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벼르고 있는 남측의 더 큰 보복을 부를 터다. 결국 북한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진정성 있는 대화 자세를 갖추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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