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고위험 투자 땐 CEO가 꼭 현장에 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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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최태원 SK회장(왼쪽에서 둘째) 등 SK 임원들이 지하 400m 호주 앙구스 탄광에서 현지인 소장(왼쪽)과 탄의 품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8일 오후 호주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160㎞ 떨어진 산악지대의 앙구스 탄광. SK네트웍스가 지분 25%를 가진 이곳에 최태원 SK 회장과 유정준(사장) SK주식회사 G&G추진단장 등 SK그룹 고위 임원들이 도착했다. 입구에서 광부복으로 갈아 입고 랜턴이 달린 안전모까지 쓴 최 회장 일행에게 호주인 탄광소장이 안전교육을 했다. “이건 산소 마스크입니다. 갱도에 내려갔다 사고가 생기면 이렇게 착용하세요.”

 설명을 들은 최 회장 일행은 갱차에 올라탔다. 레일을 따라 달리기를 30분. 더 이상은 갱차가 갈 수 없어 한참을 걸어 기계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막장에 이르렀다. 현지인 소장은 “지금 이곳은 지하 400m이며 입구로부터 6㎞ 떨어져 있다”고 했다. 날리는 탄가루에 연신 밭은 기침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서도 탄광의 경제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두 시간을 보냈다. 최 회장은 탄 덩어리를 들고 석탄 품질 구별법까지 물었다.

 SK그룹 관계자가 전한,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앙구스 탄광 방문 장면이다. 최태원 회장의 이날 탄광 방문은 설 직전부터 이어진 ‘지구 한 바퀴 자원개발 행보’의 하나였다. 지난달 말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뒤 브라질과 호주에 들렀다 귀국하는 여정이다.

 이번 방문에서 최 회장은 호주의 탄광, 브라질의 철광 현장을 찾았다. “지하 400m 탄광은 위험할 수도 있다”며 주변에서 만류했으나 웃어 넘겼다고 한다. 최 회장이 굳이 현장을 찾는 데는 다음과 같은 지론이 배어 있다. “자원 개발은 투자했다가 손해를 볼 위험도 크지만, 성공하면 이익이 큰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그런데 조금 신체적인 위험이 있다고 최고경영자(CEO)가 현장을 외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어디든 현장을 봐야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최 회장은 직전 브라질 방문 때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 수데스테 노천 철광에 직접 들렀다.

 최 회장은 호주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전문기업인 산토스에도 들러 공동 LNG 자원 개발 논의를 했다. SK그룹은 “장기적으로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LNG 도입·판매 사업에 진출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의 가스보일러와 가스레인지 연료로 쓰이는 게 바로 LNG다. LNG사업과 관련, SK는 이 분야를 그룹의 차세대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올 초 특별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LNG 자원개발을 하는 게 주 임무다. 그룹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그룹이 평택에 건설 중인 화력 발전소에 LNG를 공급하고, 중기적으로는 다른 발전소에 LNG를 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도시가스 업체에까지 LNG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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