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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계곡가든 “고향의 맛 향한 발길에 명절 더 바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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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꽃게장 하나로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김철호 계곡가든 사장.

“꽃게장은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입니다. 때문에 명절 때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와요. 지난 21년간 설·추석 연휴에 식당 문을 하루도 닫아 본 적이 없어요.”

 전북 군산시 개정면에 있는 음식점 ‘계곡가든’의 김철호(53) 사장은 “서울·부산 등에서 여러 시간씩 차로 달려 온 손님들이 헛걸음치고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번 설 연휴인 2~6일에는 평소보다 50% 이상 많은 하루 1000~1200명씩 몰려들었다. 이들 중 60~70%는 전북 이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꽃게장 전문점인 계곡가든은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꽃게장 하나로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김 사장이 계곡가든을 차린 것은 32세 때. 대학 졸업 후 다닌 수협에서 받은 퇴직금 500만원으로 형님의 텃밭에 조립식 가건물을 지어 시작했다.

 “게장을 밥도둑이라 하잖아요. 어린 시절 섬(야미도)에서 살아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던 추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죠. 하지만 재래식 게장은 짠 데다 색깔마저 거무튀튀해요. 이를 개선해 온 가족이 먹을 수 있도록 상품화하면 히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요리책을 보고 동의보감 등 옛 문헌을 뒤적거리며 연구한 끝에 한방 꽃게장을 개발했다. 살아있는 게를 얼음물에 담가 기절시킨 뒤 당귀·감초 등 한약재를 첨가해 달인 간장 소스에 담가 게장을 만들었다.

끓인 간장만 붓던 재래식 조리법과는 접근 방법이 달랐다. 한방 꽃게장은 짜지 않고 비린내가 없으면서 껍질의 키토산 성분이 항균 등 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냉동하면 신선한 맛을 1년간 유지하는 보관법도 개발했다. 한방 꽃게장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몰렸다. 서울에서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계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식당을 찾아왔다. 입덧하는 아내를 위해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달려오는 군인도 있다.

 게장을 택배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도 많았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배달판매로 사업을 확장했다. 체인점을 내 달라는 요구도 많아 전국에 100여 개의 분점을 내줬다.

 김 사장은 “가족 같은 정을 나누는 마음으로 한결같이 정성을 다한 것이 성공의 비결인 것 같다”며 “꽃게가 많이 잡히는 서해 백령도·연평도 등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곳 주민들만큼이나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꽃게장 덕분에 명예도 얻었다. 전통음식 명인으로 지정 받았고, 신지식인에도 선정됐다.

꽃게장 제조특허 1호 보유자이며, 수산식품 벤처기업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호원대를 비롯한 3개 대학에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꽃게 김치, 꽃게 카레, 꽃게 전골 등도 개발해 미국·일본 등 해외시장을 노크할 계획이다”며 “바다를 지키며 살아온 어민들의 자녀를 위한 장학회 설립 등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도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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