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김 뉴욕필하모닉 부악장, 꿈나무 연주자 키운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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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 오디션 직전에 15년간 사용했던 명품 바이올린 ‘비욤(Vuillaume)’을 돌려줘야 했지요. 그때 너무나 서러웠어요. 이젠 제가 차세대 음악도들에게 명기를 빌려줄 차례입니다."

열한 살 때 300달러짜리 바이올린으로 시작했던 미셸 김(37·사진) 뉴욕필하모닉 부악장이 꿈나무 연주자 키우기에 발벗고 나선다.

김 부악장은 열다섯 살 때부터 프랑스의 명기 비욤을 대여해 연주해오다 뉴욕필 오디션 직전에 빼앗겼다. 결국 친구의 바이올린을 빌려 오디션에 갔고, 연주 실력으로 합격했다. 입단 후 그는 뉴욕필이 제공한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연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서글펐던 과거가 꿈나무들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근 비영리재단 더블스톱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재단 이름 ‘더블 스톱(double stop)’은 두 개의 음표를 동시에 연주하는 기법에서 왔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어린이가 홀로 가는 것보다 후원자와 함께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지난 10여년간 재단을 구상해왔던 김 부악장은 지난해 오랜 친구인 중국계 사업가 엘리 스터록과 의기투합해 더블스톱을 출범시키게 됐다.

재단의 대표를 맡은 김 부악장은 재단을 통해 어린 음악도에게 맞는 명품 바이올린과 첼로를 무료로 대여해줄 예정이다. 또 꿈나무들과 선배 연주자의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이들을 후원할 단체나 개인과의 네트워킹도 주선할 계획이다.

“뉴욕필에서 연주하며 아이들도 지도하다 보니 재능은 있는데 악기 살 돈이 없는 아시아계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그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김 부악장은 4월 21일 오후 7시 맨해튼 머킨콘서트홀에서 더블스톱 파운데이션의 첫 번째 기금 마련 콘서트를 연다.

김 부악장과 뉴욕시티오페라의 소프라노 이윤아씨가 출연한다. 이날 중국계 신동 바이올리니스트 칭류 첸이 무대에 올라 본인 소유 악기와 뉴저지 ‘메인 바이올린숍’이 제공하는 명기로 비교 연주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어 9월엔 서울에서, 10월엔 뉴욕에서 체임버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 연주회엔 김 부악장을 비롯,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 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 첼리스트 카터 브레이가 앙상블을 이룰 예정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부악장은 11살 때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콜번공연예술학교와 USC손톤음대를 졸업했다. 2001년 뉴욕필의 부악장으로 입단했다. 사업가 최승혁씨와 사이에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아들(윤제·7)과 딸(다연·5)을 두고 있다. 부친 김정길씨는 뉴저지 나눔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더블스톱파운데이션 전화는 888-501-6105.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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