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계 원로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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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학계의 거목 초우(蕉雨) 황수영(사진) 박사가 1일 오후 3시10분 별세했다. 93세.

 고인은 척박했던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를 학문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학자다. 특히 불교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사학자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에게 함께 사사한 최순우(1916~1984) 전 국립박물관장, 진홍섭(1918~2010) 전 이화여대 박물관장과 함께 해방 후 1세대 한국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개성 3인방’이라 불렸다.

 1918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동경제국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개성상업중학교 교감, 국립박물관 박물감 등을 거쳤다. 1956년 동국대 문리대 교수로 임용된 후 동국대 박물관장, 총장까지 역임하며 후학을 길러냈다. 국립중앙박물관장·문화재위원장 등을 지내며 한국 불교미술사학계를 이끌었다.

 고인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문화재를 찾아내고 무너져가는 유적을 복원했다. 미술사와 고고학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던 1960년대 석굴암 보수공사 총책임을 맡는 등 각종 문화재의 발굴과 복원을 주도했다. 충남 서산 마애삼존불을 발견하고, 전북 익산 왕궁리 석탑을 발굴하는 등의 업적을 남겨 한국 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조근정훈장·국민훈장 독백장·은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저서로 『한국의 불교미술』 『불교와 미술』 『한국의 불상』 『반가사유상』 『황수영 전집』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아들 호종(용인대 교수)씨와 딸 유자(명지전문대 명예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8시. 02-3410-3151.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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