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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tory] 신상훈, 서울종합예술학교 개그MC학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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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웃기는 자’가 연봉도 많은 세상이다. 코미디 같은 소리라고?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코카콜라 사례가 그랬다. 그뿐인가. 위기일발 돌파구도 역설적으로 유머에서 나온다.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한 장면. 민주당 월터 먼데일(56) 후보가 TV 토론에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73) 후보의 나이를 건드렸다. “먼데일: 연세가 너무 많군요. 레이건: 나는 나이를 이번 선거의 이슈로 삼지 않겠소. 상대가 어리고 경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하고 싶진 않으니….” 미국이 웃음바다가 됐다. 레이건 지지율도 올랐다. 유머란 이런 것이다. 윤활유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얼음장 카리스마’만으론 반쪽짜리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그 사람을 바꾸는 건 마음이다. 그리고 마음을 건드리는 게 바로 유머다. “내가 웃기면 좌중이 ‘시베리아 벌판’인데….” 지레 움찔할 필요는 없다. 신묘년 ‘희극지왕(喜劇之王)’이 되는 비결. 유머 강사로 이름 날리는 서울종합예술학교의 신상훈(48) 개그MC학부 교수를 만났다.

글=김준술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파란색 셔츠와 재킷, 붉은 안경테. 풍선처럼 동그란 얼굴과 체형. 지난 11일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신상훈 교수는 ‘튀는 아저씨’였다. 기자가 먼저 펀치를 날렸다. “겉모습이 범상치 않군요. 사실 유머 달인이 되려면 외모건, 말이건 ‘개그맨 자질’이 필요하잖습니까. 일반인들이 잘 웃긴다는 게 좀….” 그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솔직히 선천적인 게 있죠.” 헉, 이게 아닌데. 그의 입에서 ‘연습하면 누구나 된다’는 답을 기대한 터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반전(反轉). “그런데 타고난 재질을 허비하고 묻어버리는 사람이 많아요. 거꾸로 끼가 없는데 열심히 갈고닦아 고수가 될 때도 많죠.”

Q. 누가 후자에 속합니까.

A. 유재석씨 보세요. 처음엔 연기도 잘 안 됐지, 멀쩡하게 생겼지. 옛날엔 그런 신인들 보면 당장 ‘관둬라’는 말이 나왔죠. 잘사는 집 친구들은 절박함이 없어요. 개그맨들도 어려운 집안 출신이 잘됐죠. 재석씨네도 좀 살았던 걸로 알아요. 그런데 재석씨가 ‘계속 해야 되나’ 홀로 고민할 때 동기들 잘되는 걸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답니다. 내가 쟤네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을까 하고. 그게 ‘국민 MC’를 만든 동력이 된 거죠.

 그는 유머건 일이건 ‘고아(孤兒) 정신’이 성공의 코드라고 했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 “어렵고 힘든 줄 알아야 이 악물고 덤빕니다.” 농담 한 소절이 이어진다. “저도 아들을 위해 일찍 죽어야 되나 고민했죠. 그런데 일단 아들에게 ‘네가 좀 덜 성공하더라도 살아야 되겠다’ 양해를 구하는… 크크.”

Q. 일반인도 그렇게 생고생해서 유머를 익힐 필요가 있나요.

A. 바글바글 모여 사는 도시 생활에선 기름칠이 필요하죠. 사람 갈등을 원활하게 만드는 게 유머예요.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유머고요.

 그는 유머와 조크는 다르다고 했다. “웃기는 소릴 달달 외워서 읊는다고, 유머 풍부한 사람은 아니란 겁니다.” 위트·코믹·개그를 다 포괄하는, 일종의 해학(諧謔) 같은 게 ‘유머’라는 것이다. 애드리브, 순발력과 재치가 곁들여져야 한다. 그가 기자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신 교수: 퀴즈 하나 낼게요. 전, 다음 대통령이 누군지 압니다. 그 ‘여자’가 국민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요.

기자: 흠…, 최근에도 여기저기서 웃겼나요?

신 교수: 많이 웃겼죠.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인가요. 요즘 사투리 유머로….

신 교수: 아니요. 그 여자 이름은,

  …

  바로 고.현.정입니다, 하하.”

 “사람들이 정치를 너무 멀리 생각해요. 비판하는 데 관심은 많지만 투표는 잘 안 하죠. 얘기하다 정치 화두가 나올 때 드라마 ‘대물’에서 여성 대통령으로 나온 고현정씨를 패러디한 유머를 구사하면 분위기가 확 풀어져요.” 얼마 전 행사장에 갔을 때였다. “정치인 추미애씨가 왔더라고요. 순간 ‘대물’ 생각이 나서 ‘여러분, 요즘 뜨는 드라마 아시죠. 실제 주인공입니다’ 했더니 폭소가 터지더라고요.” 그는 “현장에서 순간적 애드리브를 날릴 줄 아는 사람이 유머 달인”이라고 했다. “그게 서툴면 개드립(헛소리)으로 낙인이 찍히는 거죠.”

Q. 그런 ‘언어 순발력’을 어떻게 키웁니까.

A. 빈 도화지에 어떻게 밑그림을 그릴지가 중요하죠. 결국은 웃음도 ‘조기 교육’입니다. 제가 경기도 일산의 5개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유머 강의를 합니다. 효과요? 일단 선생님들이 달라지고, 그러니 학생들이 바뀌고, 애가 웃으니 집안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신 교수는 ‘유머 교육 인프라’를 키우는 차원에서 초등생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나도 개그맨’이란 강의를 할 계획이다. “그냥 웃기는 기술을 가르치는 건 아니죠. 무대에 한번 서보면 먼저 자신감이 배로 커져요.” 미국엔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이란 게 3000여 개 있다고 한다. 누구나 나와서 떠들 수 있는 무대다.

 “우리는 하나도 없어요. 아! 하나 있구나, 여의도에.” 기자가 물었다. “그런 곳이 있었나요. 한번도 못 봤는데.” 그가 응사했다. “그 왜, 국회의사당 있잖아요. 보온병 개그가 나오는….”

Q. 요즘 한숨 쉬는 사람 많습니다. ‘월급과 자식 성적만 빼고 다 오른다’고요. 이런 판국에 유머가 가당키나 합니까.

A. 부정적 틀에 잡혀 있으면 못 빠져나옵니다. 전 그래요. 예컨대 마누라가 노래방에서 나오더라도 ‘아, 애들 학원비 벌려고 아르바이트 뛰는구나’ 생각하는 거죠.

 긍정에서 유머가 나온다는 그의 사례 한 토막. “제가 언젠가 다급한 일이 있었는데 고속도로가 엄청 막힌 겁니다. 짜증을 내려고 하다 그래도 유머 강사 체면이 있죠. 긍정적으로 생각했죠. ‘하느님 길을 주세요’ 하고요. 그러다 아, 맞아 신이 주신 길, 갓(God) 길이 있구나. 갓길로 밟았죠.”

 그는 “결국 생활에서 유머가 나온다”고 했다. 이걸 잘하는 일반인의 3단계 법칙이 있단다. 1단계: 누가 웃기면 웃는 것이다. 2단계: 남을 웃기는 일이다. 잘 안 되면 가족을 상대로 연습한다. 3단계: 스스로 유머를 창출하는 실력파가 되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스미스씨의 법칙’을 소개했다.

 “미국 도시에서 대형 마트가 문을 열었어요. 40년째 장사하는 스미스씨 가게 오른쪽 옆에요. 최저 가격이라고 써 붙인. 얼마 뒤 다른 대형 상점이 왼쪽에 또 생겼죠. 이번엔 최고 품질 간판을 내걸고요. 스미스씨는 고민하다 플래카드를 하나 붙였어요. 그러자 매출이 껑충 뛰었고요. 뭐라고 쓴지 아세요? 파격 세일? 창고 개방? 정답은 이거였어요. 바로 ‘여기가 출입구’.”

Q. 웃음과 긍정, 비슷한 코드군요. 이걸로 성공한 주변 사람이 있나요.

A. 저희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창 중에 김문호라고 있어요. 경주 출신인데 매일 친구들 밥 얻어먹고 다니면서도 웃고 다닌 친구죠. 졸업 뒤 광고회사에 갔죠. 그런데 인맥 없고, 촌놈 기질에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일본 유학을 가더니 전단 나눠주는 일을 했어요. 첫날 사장이 5000장, 500장짜리 전단 두 종류를 줬답니다. 저녁에 돌아와서 다른 직원들은 ‘다 돌렸다’고 했대요. 그런데 제 친구는 ‘10장이 모자랍니다’ 보고를 했고요. 사장이 씩 웃더랍니다. 다른 직원들은 다 잘렸대요. 원래 전단 돌려보면 귀찮아서 버리고 그러거든요. 친구는 끝까지 다 돌렸으니 부족한 걸 알게 된 거죠. 그 친구가 올 5월에 도쿄에서 5층짜리 건물을 준공해요. 말하자면 일본에서 ‘킹 오브 지라시’가 된 거죠. 자신감 넘치는 웃음, 낙관적 사고, 여기서 나오는 성실함이 그를 만든 겁니다.

 신 교수는 동기생 52명의 30년을 추적해서 책을 쓰려 한다. 웃음이 그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성공의 요인은 뭔지를 분석해서. “하버드대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엘리트를 추적해 집필한 『행복의 조건』이란 책과 비슷한 연구를 하고 싶은 거죠.”

Q. 위기가 아닌 ‘평소’엔 유머가 어떤 힘을 발휘합니까.

A. 코카콜라 임원들의 연봉 사례가 있잖아요. 20명의 남성 임원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면서 살펴봤더니 유머를 두 배 더 사용한 임원들이 고과를 잘 받아 돈도 많이 받더라는. 리더를 웃겨야죠. 유머가 아니라 아부라고 할지 모르지만 아부도 약간 필요합니다. 높은 분들일수록 제 말을 이해할 겁니다. 외롭죠. 리더들도 마찬가집니다.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있죠. 이젠 둘 다 열어야 돼요. 갈색 탄환으로 불린 100m 달리기 선수 칼 루이스 아시죠. 20m 남기고 언제나 활짝 웃으며 스퍼트를 냈다고 해요. 거기서 폭발적 힘이 나왔고, 기록을 0.5초씩 단축시킬 수 있었죠.

Q. 요즘 유행하는 ‘펀(Fun) 경영’과 비슷한 얘기군요.

A. 기업에서 저한테 강의를 요청할 때 ‘즐거운 일터로 만들 수 있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직장은 원래 즐거운 곳이죠. 사람 자체가 즐겁지 않으니 문제인 겁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사람을 잘 뽑는 게 정말 중요하죠.

 제가 미국을 자주 오가는데 일부러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50번 이용해 봤어요. 즐겁게 일하는 회사로 워낙 유명하거든요. 비행기 안은 형편없더라고요. 노후하고, 좌석도 선착순으로 배정하고. 그런데 출발 때 기장 멘트가 걸작이에요. ‘오늘 비행기 탈 때 가슴이 두근두근한 손님, 손들어 보세요. 제가 그렇습니다. 처녀 비행이거든요. 곧 라스베이거스를 날아갈 예정인데 도박하고 싶은 분은 뛰어내리세요. 생존할 확률이나 도박으로 딸 확률은 같답니다.’ 저는 이 멘트가 매뉴얼인가 보다 했는데 탈 때마다 다 달라요. 처음부터 유머 넘치는 직원들을 뽑은 거죠.

Q. 국내서 유머로 매출을 올린 기업이 많습니까.

A. 사례를 열심히 찾으려 하는데 아직 드러난 건 많지 않아요. 펀 경영과는 상관없지만, 한번은 고교에서 강의를 했어요. 한화 김승연 회장이 참석했죠. ‘조폭 회장입니다’ 이렇게 소개를 하더라고요. 좌중에 폭소가 빵 터졌죠. 자기를 낮추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더라고요.

Q. 그러나 ‘웃음=가벼움’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죠. 리더십만 해도 보통 ‘카리스마·권위’이런 걸 떠올립니다.

A. 미국의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유머는 리더십의 한 부분’이라고 했죠. 제가 아까 ‘유머는 긍정과 다름 아니다’고 했는데요.

 중앙일보에 연재되는 백선엽 장군 얘길 보면 ‘장진호 전투’가 나와요. 그때 미군 장교가 ‘우린 포위된 게 아니다. 어느 쪽이든 진격할 수 있다’ 이렇게 긍정을 말합니다. 공포 상황에서 큰 위안이 되는 리더십을 발휘한 거죠.

Q. 유머 달인은 순발력뿐 아니라 창의력도 뛰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A. 그 반대로 제가 쓰는 말이 있죠. ‘하하 비컴스 아하(Haha becomes Aha).’ 자꾸 웃고, 웃기려 보면 창조적 발상이 생긴다는 겁니다. ‘수평적 사고’ 이론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드 보노의 말이 있어요. ‘유머는 인간 활동 중 가장 창의적인 영역’이라는.

 신 교수는 아이디어란 뒤집고 확대하고 비틀 때 나온다고 했다. “그게 바로 코미디 만드는 법이잖아요. 창조적 사고와 유머가 잇닿아 있는 겁니다.” 그는 헛개나무 음료를 예로 들었다. “경쟁사들이 ‘마시면 헛게 보인다’고 음해할 수도 있죠.” 그러나 ‘확 깨는 음료’라고 조금만 생각을 뒤집으면 활로가 뚫린다는 것이다.

 그는 ‘착한 유머’와 ‘나쁜 유머’를 구분하라고도 말했다. “웃음도 일종의 권력이 됐어요. ‘사회적 웃음’이란 게 있죠. 예컨대 사장이 말하면 밑에서 억지로 웃는 겁니다. 성희롱 섞인 우스갯소리 같은 것도 나쁜 유머고요.” 신 교수는 “유머 달인은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며 “웃기면 복이 와요, 이 말 누가 모르나. 그런데 안 웃는다. 몰라서 실천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실천을 안 하니 좋은지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 이쯤에서 ‘실전 유머 화술’ 비법을 좀 알려주시죠.

신상훈 교수: 누구나 기억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죠? 왜일까요. 그분이 날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저도 j독자 여러분을 변화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자, 그래서 제가 절대 잊지 않게 손에 적어 드릴게요. 갑니다~.

내가 먼저 웃어라

먼저 엄지손가락을 펴 보세요. 항상 내가 먼저 웃자는 뜻입니다. 이유요? 내가 웃어야 상대가 따라 웃잖습니까. 한번은 비행기를 탔는데 옆에 한양대 총장님이 탔더라고요. 그분 말에 먼저 웃었죠. 이어서 저도 마구 웃겨 드렸고요. 그랬더니 신입생 4000여 명 앞에서 강의해 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웃고 웃기면 이렇게 복이 오잖습니까.

내가 망가져야 산다

검지입니다. 사람들은 정신 나갈 때 둘째 손가락을 옆머리에 빙빙 돌리죠. 내가 망가져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 가는 시대는 갔죠. 왕따를 겁내지 말고요. 유머 화술 기본은 ‘단어 바꾸기’입니다. 한번은 도서관 사서(司書)를 만났죠. “아유 힘드시겠네, 사서 고생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렇게 말하니 관계가 술술 풀렸습죠. 이게 되려면 두 개념을 조합하고 응용해야 합니다. 당연히 책을 많이 읽어야죠.

나를 바꿔라

이번엔 중지입니다. 이것만 너무 높이 들면 욕이 되니 조심하시고요. 가운뎃손가락은 오형제 중 제일 깁니다. 세상과 조직도 그렇죠. 가장 높은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따라서 변화합니다. 회사에서 누가 제일 높죠? 사장님? 그렇게 대답했다면 자신은 바뀔 마음이 없는 겁니다. 납니다, 나! 상대를 바꾸는 건 너무 힘들죠. 나를 바꾸면 상대도 변합니다.

순수해져라

약지 차례군요. 이건 순수하고 깨끗한 손가락입니다. 사람들은 코를 팔 때 보통 새끼손가락을 사용한 뒤 엄지+검지+중지로 비벼서 툭 튕겨 버립니다. 순수하면 남들 유머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관심, 반응, 생각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그럴수록 자꾸 웃겨주고 싶고요. 이게 달인으로 가는 ‘선순환’입니다.

행동으로 옮겨라

막내 손가락입니다. 아무리 좋은 얘기 들으면 뭐 합니까. 실천을 해야죠.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으로 저와 약속하시죠. 안 되면 ‘적자생존’입니다. 유머를 적어서 가족 앞에서 시연해 보세요. 원래 리더는 무거운 엉덩이로 노력하고 공부하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리더십(Leadership=Leader’s Hip) 아닙니까.

j 칵테일 >> ‘라면의 날’ 출생 …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 ‘땅’이 아니라 ‘유머 감각’

1963년, 세계 라면의 날인 8월 25일 출생. 신상훈 교수가 밝힌 이력이다. 라면과 무슨 인연이 있는 걸까. “아버지가 삼양라면 1호 대리점을 했죠.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가 다섯 살 때를 회상했다. “서울의 어느 절에 저를 데리고 놀러 갔어요. 어머니가 주변 땅 좀 사자고 하셨죠. 아버지는 ‘무슨 이런 쓸데 없는 땅을 사느냐’며 반대했어요. 그 절이 바로, 삼성동 봉은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제가 부동산 부자는 못 됐지만 부모님께 감사해요. 유머 감각을 물려주셨으니까요. 아버지도 밥값, 술값 내면서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주셨죠.”

신 교수는 서울 배재고,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 칼리지 영화과에 유학을 갔다. 부친이 작고해 잠깐 귀국한 뒤 영화사에 다니다, 86년부터 방송사 코미디 작가로 20여 년간 활동했다. 그 뒤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의 동영상 강사로 출연하면서 스타 강사가 됐다. “처음엔 세리(SERI)라고 하기에 삼성경제연구소인 줄 몰랐죠. 저는 요술공주 세리만 알았는데 말이죠, 크크.” 작가 시절 수입은 프로그램 수에 따라 월 500만~1500만원이었다. 지금은 옛 연봉을 한 달에 벌 때도 있다. 강의 자료 2만 장을 모아 지난해 5월 출간한 『유머가 이긴다』(쌤앤파커스)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대학 전공, 영화사 취업, 유머 작가 등 당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골랐다. 그게 성공 포인트라고 했다. “지금 젊은이들이 연극영화과 들어온다고 하면 말려요. 부모 결정은 수십 년 과거 경험의 산물에서 나온 경우가 많거든요.”

대학 입시도 그랬다. “사실 전년도 경쟁률도 낮고 미달할 것 같아서 지원했죠. 그런데 웬걸,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다 저처럼 생각한 겁니다.” 그는 대신 면접 준비에 며칠 밤을 새웠다. “영화감독에 대한 소견 같은 걸 물어보더라고요. 준비했으니 자신 있었죠. 욕심 버리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얻을 것만 떠올리면 자신감도 날아가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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