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개미군단'의 피해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대표적 '인수.합병(M&A) 전문가' 로 불리던 권성문(權聲文.37)씨가 금융감독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미래와사람의 '냉각캔' 기술이 금방 상용화되고 거액의 수출계약이 성사된 것처럼 꾸며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다.

權사장측은 "억울하다. 주가조작을 한 사실이 없다" 고 하는 만큼 확실한 것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다. 금융감독원이 냉각캔 조사에 대해 기자들에게 보도자제(엠바고)를 요청한 것은 지난달 22일. '몇명 언론사가 취재 요청을 했으나 조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미 소문이 퍼졌고 웬만한 기관투자가들은 조사 착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거래하는 외국 증권사의 국내 지점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미군단이라고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는 미래와사람 주식이 엠바고 이후 어떻게 매매됐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기관투자가들은 미래와사람 주식을 거의 손대지 않은 반면 개미군단들은 49만주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일반 법인과 외국인들은 각각 12만주와 39만주를 순매도했다. 이 주식은 검찰발표 다음날인 11일 증시에서 10%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개미군단만 앉아서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일만이 아니다. 김형진(金亨珍)세종증권 전 회장이나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 사건 발표 때도 알만한 기관과 외국인들은 발표 전에 빠져나가고 개미군단만 남아있다가 주가급락으로 피해를 보았다.

물론 엠바고라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보도가 나갔다가 자칫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의 균형' 이 생명인 증시에서 이러한 불공정한 게임이 계속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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