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ood&] 팔도 떡국, 팔색 떡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설날 아침엔 떡국을 먹으며 새해를 맞는다. 그러면서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설 음식 떡국도 지역마다 다르다. 함경·평안·황해도에서는 큼지막한 만두가 가득한 만둣국을, 충청·전라·경상도에서는 떡만 넣은 떡국을, 경기·강원도에서는 떡만둣국을 먹는다. 거기에 각 지역 특산물이 더해져 지방색 뚜렷한 떡국이 만들어졌다. 맛과 모양은 가지각색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기원의 의미는 한가지인 팔도 팔색 떡국을 소개한다. 황해 ·경기 ·경상도의 떡국은 소문난 맛집을 직접 찾아갔고,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평안·함경 ·강원·충청·전라도의 떡국은 서울 신라호텔 백영란 한식조리장과 함께 시연해 봤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도움말=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한혜영 기획팀장  참고=『한복선의 우리 음식』

평안도  굴린만둣국

만두피 없이 만든 만두로 끓인 국이다. 다진 돼지고기·숙주나물·두부·밀가루에 갖은 양념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완자 모양으로 빚어서 밀가루에 여러 번 굴린 뒤 끓는 물에 넣어 삶는다. 밀가루 묻히고 삶는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한 뒤 쇠고기 육수에 담아낸다.

황해도   강짠지만둣국

황해도 만두에는 ‘강짠지’가 들어간다. 서울 서초동 ‘봉산옥’의 윤영숙(52)씨는 황해도 출신 시어머니에게서 강짠지만둣국을 전수받았다. “시어머니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볏짚을 독에 켜켜이 쌓아 강짠지를 만드셨다. 요즘 사람들 입맛에는 강짠지가 너무 짜서 절인 배추로 대신한다.” 맛은 심심하지만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다. 봉산옥 봉산만둣국 8000원, 02-525-2282.

함경도  꿩만둣국

예부터 함경도에서는 만주에서 날아온 북꿩을 잡아 다양하게 요리해 먹었다. 그중 하나가 꿩만둣국. 꿩고기를 곱게 다져 숙주나물·두부·다진 마늘·파와 잘 섞은 뒤 볶아서 만두소를 만든다. 어른 주먹만하게 만두를 빚어 꿩뼈·무·대파를 푹 곤 육수에 넣고 끓인다. 만둣국을 끓이는 중간에 다진 꿩고기를 양념해 넣는다.

경기도   개성 조랭이떡만둣국

경기도 지역에 속한 개성의 대표 음식은 조랭이떡만둣국이다. 조랭이떡은 가늘게 뽑은 멥쌀 가래떡을 굳기 전에 작게 토막내 나무칼로 비벼서 조롱박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개성 사람들이 원한을 풀고자 목을 조르듯이 떡을 비틀어 만들기 시작한 게 조랭이떡의 시초라 전해진다. 궁 조랭이떡만둣국 8000원, 02-733-9240.

강원도   강릉 두부떡만둣국

강릉 하면 초당두부다. 강릉시 난곡동에서 전통 한식전문점 ‘서지초가뜰’을 운영하는 최영간(65)씨는 “이 동네에서는 지금도 직접 두부를 만들어 먹는다”며 “설날에는 더 넉넉하게 만들어 두부떡만둣국을 끓인다”고 말한다. 만두소 재료로 쓰는 것은 기본이고, 끓는 떡만둣국에 어른 손가락 길이로 썬 두부를 넣어 마무리한다. 먹기 전에 달걀을 풀어 넣어 부드러운 맛을 더한다.

전라도  닭장떡국

닭장떡국 때문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전라남도 농업기술원 박혜량(53) 생활지도관은 “꿩고기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서민들이 대신 닭고기로 떡국을 끓여 먹었다”며 “하지만 단순히 닭 육수에 끓인 떡국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은 조선간장에 닭고기를 졸여 ‘닭장’을 만든다. 이것을 냉장고에 이틀 정도 넣어뒀다가 국물내기 재료로 쓴다.

충청도  날떡국

날떡국은 생떡국이라고도 불린다. 가래떡 대신 수제비처럼 멥쌀가루 반죽을 그대로 육수에 넣기 때문이다. 멥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 가래떡 모양으로 길게 늘인 다음 동그랗게 썰어 생떡을 만든다. 쇠고기·닭·조개 육수를 쓰며 충청북도에서는 다슬기를 넣고 끓이기도 한다. 일반 떡국보다 쫄깃쫄깃한 맛은 덜하지만 떡이 없을 때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좋다.

경상도  굴떡국

남해안의 거제·남해·통영에서는 굴떡국을 즐겨 먹는다.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가래떡을 넣고 끓어오르면 굴을 넣는다.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미역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마늘은 굴의 향을 죽이기 때문에 넣지 않는다. 물메기떡국도 경상도의 겨울철 향토 음식으로 깊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남해굴국밥 굴떡국 5000원, 02-777-8707.

TIP 떡 안 퍼지게, 만두 안 터지게 끓이려면

가래떡은 찬물에 30분 정도 담갔다 국에 넣으면 잘 퍼지지 않는다. 냉동 가래떡은 충분히 녹여서 쓴다. 만두가 안 터지게 하려면 만두피를 직접 만들어 빚는 게 좋다. 이때 밀가루에 식용유를 조금 넣고 끓는 물로 익반죽한다. 시판용 만두피를 쓸 경우 만두소를 넣고 테두리에 물이나 달걀 흰자를 발라 빈틈없이 붙여준다. 그리고 만두는 빚자마자 삶아서 식힌 뒤 냉동 보관하는 게 좋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