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잦은 교체로 환경파괴.외화낭비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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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업체의 무분별한 단말기 보조금과 휴대폰제조업체의 잦은 모델 변경으로 단말기 보유기간이 너무 짧아 환경파괴와 외화낭비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7일 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5개 이동전화사들이 신규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난 9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무려 5조8백여억원의 단말기 보조금을 투입해 소비자들 사이에 단말기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이동전화사들은 기존 고객을 위한 서비스향상과 요금인하, 품질개선, 기술발전, 신서비스 도입을 도외시한채 사실상 회사의 모든 역량을 신규가입자에게만 치중해왔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멀쩡한 단말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위로 분실했다고 신고해 새 단말기로 교체하는가 하면 값싼 신규가입 비용때문에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마구 옮기는 철새가입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형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단말기 모델을 수시로 바꾸고 신제품을 내놓을때 구형 모델에서 사용하던 배터리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바람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신형 단말기로 교체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말기 보유기간이 단축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폐기.방치되고 있어 환경훼손과 자원낭비라는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사용하지 않은채 방치되고 있는 단말기가 2백만대를 넘어섰고 내년에는 이 숫자가 5백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퀄컴사에 단말기 대당 1만4천원의 기술료를 지급하고 있고 외제 부품료가 전체 원가의 42%(14만7천원선)에 이르고 있어 잦은단말기 교체로 인한 외화유출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단말기 생산에 따른 외화 유출규모를 보면 지난해(생산량 1천만대) 1조8천400억원에서 올해(1천400만대) 2조2천540억원으로 늘어나 2년동안 기술료와 부품료를 합쳐 4조940억원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사경영난까지 가중시켜온 이동전화사들의 경쟁적인 단말기 보조금지급을 대폭 줄여 소비자들에게 단말기가 값싼 공짜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

아울러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모델교체시 종전 배터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방법을 통해 외화낭비와 자연훼손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소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이동전화 선진국의 경우에도 한국처럼 단말기를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동전화 서비스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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