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동기 사태’ 후 당·청 소통 더욱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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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동기 사태’ 이후 청와대의 움직임이 걱정스럽다. 정치인의 선택이 늘 옳을 순 없다. 그것을 바로잡는 방식에 따라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보이는 청와대의 태도는 점점 더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 발표문을 읽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특히 한 참모는 정 후보자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에게 법이 예정한 청문회에 설 기회조차 박탈했다”며 한나라당을 원망한 대목에 “대통령이 특별한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당·청 갈등 양상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26일로 예정됐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청와대 신년만찬은 연기돼 버렸다. 이 대통령에게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 고위 참모는 대통령의 심경을 “일정으로 해석하라”고 해 이것이 한나라당에 대한 서운함 때문임을 감추지 않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 사람한테만 감정이 있다”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당·청 관계가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보는 이 대통령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 감사원장을 독립기관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하려 한 것부터가 문제다. 여론이 그렇게 들끓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민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대통령의 거수기는 아니다. 이미 당내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무수히 나왔다. 청와대로서도 충분히 이를 되돌릴 시간은 있었다. 그런데도 밀어붙일 때 더 이상 여론이 악화되지 않도록 당이 나서 차단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만약 생각이 다르다면 더욱 더 긴밀한 대화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리더십의 요체다. 맘대로 하라며 마주보기조차 거부하는 건 포용력에 문제가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말은 없다며 일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임기 중 중요한 과제들을 마무리해 갈 수 있는 일하기 좋은 해다. 하지만 일을 잘 하려면 대화와 설득,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치권, 특히 집권당과의 소통이 막혀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